쇼핑은 나의 자아 찾기
비리프라카 2004/02/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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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중에 할머니의 월마트 쇼핑기가 나온다. 노인은 남들 보기에 참 힘들어보이는 걸음새로 미국 최대의 슈퍼마켓이라는 월마트를 느릿느릿 걸어 들어간다. 진열대에 놓여 있는 물건을 하나 하나 집어서 상품 설명을 힘겹게 읽어내려간다. 이것 저것 비교하다가 선택된 물건은 노인의 카트에 얌전히 놓인다. 노인은 결코 많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 자기가 들고 갈 수 있을 만큼의 양을 조절해가면서 쇼핑을 마친다. 이 책속에 묘사된 노인의 쇼핑 모습은 너무나도 성스러워보인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자기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정도의 물건을 (남의 도움없이) 사들고 들어오는 노인의 마음은 얼마나 흡족할 것인가! 돈을 들여 사들이고 나서 돈을 들여 물건을 버리는 낭비를 심심찮게 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돌아볼 만한 모습이 아닐까. 성인이 아닌 이상, 인간이라면 모두 소유욕을 가지고 있다. 그 소유욕이 물건을 구경하고, 사서 내 것으로 만드는 쇼핑을 낳았다. 그리고 원하는 물건을 사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선태받은 사람이었다. 그 만큼의 권력과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책은 낭비벽을 일삼는 현대인에게 정신분석을 가하며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책이 아니다. 물물 교환과 거래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이 책은 각각의 시대에 쇼핑의 모습은 어떠했으며 이것은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떤 결과로 해당 시대의 쇼핑 행태를 낳았는지를 알려주는 쇼핑 문화사이다. 책을 읽고 자신의 쇼핑 습관에 대해 위안을 얻는 이도 있을 테고, 거꾸로 반성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는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책을 흡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테니까.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쇼핑 습관을 엿보는 재미가 무엇보다 재미 있다. 무언가를 사야하는 쇼핑 세계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읽어보고 그 반응이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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