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빚을 걱정하던 스트레프시아데스는 소피스트(궤변론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한테 배우면 아무리 불리한 소송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아들 페이딥피데스를 학원으로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이 거절하기에 자기가 배우기 위해 학원으로 간다. 학원에는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소크라테스를 궤변론자로 오해했던 거 같다.)가 있다. 소크라테스에게 가르침을 받던 스트레프시아데스는 머리가 아파서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아들을 다시 학원으로 보낸다. 아들은 훌륭히(?) 배워와서 빚소송을 이긴다. 하지만 궤변을 배워온 아들 페이딥피데스는 아버지에게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아버지 스트레프시아데스를 때린다. 이에 화가 난 스트레프시아데스는 소크라테스가 있는 학원에 불을 지른다.
희곡을 읽었을 때 극의 절정이자 해학이 넘치는 곳은 아버지를 때리는 아들의 궤변이었다. 그곳을 옮겨 적어본다.
아버지를 때리는 아들의 궤변
코러스 : 이게 바로 악덕에 대한 사랑,
이 노인은 채권자를 쫓아내고
빚을 떼어먹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오늘 반드시
그 흉게가 먹혀 들지 않을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했었지.
그의 아들은 그럴싸한 이유를 내세워 상대방을 설복하고
법을 어기는 데 능하지만
그의 아들이 차라리 벙어리가 되기를 바랄 때가 오리라.(77쪽)
페이딥피데스 : 제우스에게 맹세코 아버지는 맞아도 싸다는 걸 증명하겠습니다.(77쪽)
스트레프시아데스 : 먼저 왜 말다툼이 시작되었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나는 술을 마시다가 제금을 들고 저애에게 <털을 깎이는 양>이라는 시모니데스의 노래를 청했습니다. 그러자 저애가 대뜸, 제금을 켜고 술좌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방앗간 처녀와 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페이딥피데스 : 마치 매미라도 식객으로 청한 양 제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 얻어맞을 만도 하지요.(78쪽)
아버지의 변1 - 널 사랑하니까 때렸다
페이딥피데스 : 제 말을 가로채기 전에 묻겠는데 제가 어린애였을 때 아버지는 저를 때렸습니까, 안 때렸습니까?
스트레프시아데스 : 그야 때렸지, 그렇지만 그건 널 위해, 널 사랑하기 때문이었어.
페이딥피데스 : 그렇다면 저도 아버지를 위해 때린 것이니 정당한 겁니다. 어째서 아버지는 맞아선 안 되고 저만 맞아야 합니까? 저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노예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어린애는 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버지는 어린애가 얻어맞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늙으면 마음이 어린애로 되돌아간다고 합니다. 노인은 오히려 어린애보다 더 맞아야 합니다. 노인의 잘못은 어린애의 잘못보다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80-81쪽)
아버지의 변2- 아들에게 당해야 하는 법은 없다
스트레프시아데스 : 그렇지만 아비가 이처럼 아들에게 당해야 한다는 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페이딥피데스 : 그런 법을 맨 처음에 정한 사람은 아버지나 저와 같은 인간이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제가 이번에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는 것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 않습니까. 이 법을 만들기 전에 아들이 당한 구타의 몫을 아버지에게 되돌려 준 것뿐입니다. 우리 어린이는 잠자코 그저 맞기만 했습니다. 새나 그 밖의 동물을 보세요. 부리로 어미를 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그것들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겁니까? 그것들이 법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곤 말입니다.(81쪽)
아버지의 변3-그러다가 너도 아이에게 맞는다
스트레프시아데스 : 어쨌든 앞으로는 이 아비를 때려선 안 된다. 그랬다가는 후회하게 될 테니까.
페이딥피데스 : 왜요?
스트레프시아데스 : 내가 네게 얻어맞는 게 당연하다면, 너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에게 얻어맞게 될 테니까.
페이딥피데스 : 그렇지만 만일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면, 저는 아버지께 얻어맞은 것만으로 손해를 볼 테고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저를 비웃을 게 아닙니까?
스트레프시아데스 : (관객에게) 나와 동연배의 분들, 아무래도 이 녀석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군요. 우리는 자식들에게 좀 양보를 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나쁜 짓을 했을 때 자식한테 얻어맞는 것은 옳은 일 같습니다.(81-82쪽)
아버지 자신의 책임을 깨닫다
페이딥피데스 : 하지만 저에게 이렇게 당하셔도 아버지는 화내실 수 없을 겁니다.
스트레프시아데스 : 어째서? 이런 처사에 대해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한단 말이냐?
페이딥피데스 : 아버지처럼 어머니도 때려 줄 겁니다.
스트레프시아데스 :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그건 더욱 나쁜 짓이다.
페이딥피데스 : 이 사론으로 아버지를 설복한 후 어머니를 때리겠다는데 아버지께서 뭘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스트레프시아데스 : 뭐라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소크라테스와 함께 너도, 너의 사론도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말 테다. 오, 구름의 여신이여, 그대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에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코러스장 : 책임은 악덕에 몸을 맡긴 당신에게 있다.
스트레프시아데스 : 그럼 어째서 처음부터 그 말을 내게 해주지 않았습니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시골 영감을 부추겨 놓고 이제와서 그러실 수 있습니까?
코러스장 : 악덕에 몸을 맡기는 자를 보면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하지. 혼쭐을 내서 신을 두려워할 줄 알도록 말이야.
스트레프시아데스 : 오, 구름이여, 매정한 말이지만 당연하다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빚을 갚지 않으려고 한 내가 잘못입니다. (82쪽)
불을 지르는 아버지
소크라테스 : (집에서 나온다) 야, 뭘 하고 있는 거야, 지붕 위에서?
스트레프시아데스 : 공간을 재면서 태양을 관찰하고 있소.
소크라테스 : 에, 야단났다, 질식할 것 같아.
카이레폰 : (집에서 뛰어나오면서) 사람 살려, 타죽는다, 타죽어.
스트레프시아데스 : 뭘 바라고 너희들은 신을 멸시하고 달의 위치를 관찰하는 거지? (노예 쿠산티아스에게) 계속 때려 부숴라, 신을 모독했으니 그런 변을 당하는 건 마땅하지.
코러스 : 자, 밖으로 나가자. 우리는 오늘의 임무를 마쳤으니까.(84쪽)
위 내용처럼 궤변론자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희곡이다. 합리적인 논리를 넘어서서 마땅히 지켜야할 가치조차 전복시키는 궤변론자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덧글]
선생님들이 지정할 학생들의 금서,
부모들이 지정할 아이들의 금서.
부모들이나 선생님들 보고 금서를 정하라고 하면 이 책을 뽑을 거 같다. 별다른 논리적 근거도 없이 '사랑의 매'를 남용하는 공간이 가정과 학교 아닌가. 아들의 말이 지나친 궤변 같기도 하지만 일면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하면 무리일까.
한 학생이 습관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선생님한테 아들처럼
"선생님도 좀 맞아야겠어요. 왜 맞아야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드리죠."
이야기한다면 선생님은 뭐라고 말할까. 내가 좀 더 어릴적에 이 희곡을 봤다면 습관적으로 학생들을 때렸던 선생님에게 한 말씀 해드렸을텐데 아쉽다.
단순한 궤변 같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치밀한 논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아버지도 아들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을 때만 가능하지 않을까.
읽은 책 : 그리스, 로마 희곡선, 아리스토파네스 외 2인 지음, 최현 옮김, 1989년, 범우사.
이 중에서 희곡 '구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2007/04/08 03:05 http://blog.hani.co.kr/noriteo/4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