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란 표현은 역시 책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어디서 튀어나온 말인지. 소크라테스가 억울할 것 같다. 하지도 않은 말을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신기하게도.
악법도 법이니 따르라고?
악법도 법이긴 하다. 이 명제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다른 명제가 숨어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제 1: (모든 법대로 따라야 한다.)
전제 2: 악법도 법이다.(법 중에는 악법도 있다.)
결론: 악법대로 따라야 한다.
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만드는데 문제가 있다. 만약 숨어있는 명제 '모든 법은 따라야 한다'가 틀린 명제라면 결론도 그릇된 것이다.
'모든 법대로 따라야 한다.'가 참이라면 기존에 만든 법과 맞지 않는 법을 만들 수가 없다. 기존 법과 맞지 않는 법을 만드는 순간 '모든 법을 따라야 한다'는 명제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도 법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여야만 한다. 지금도 기원전 1600년경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 내용처럼 '귀에는 귀, 이에는 이'라고 하며 내 팔이 부러졌다고 상대편 팔도 부러뜨리지는 않는다. 실제 역사를 살펴볼 때 법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따라서 사람들은 '모든 법대로 따라야 한다."란 명제를 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결론인 '악법대로 따라야 한다'는 물론 그릇된 명제이다.
악법도 바꿀 수 있다
법은 사람이 만든 것으로 사회적 필요에 따라 합의하에 변해왔다. 따라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산물이므로 가치보다 우선될 수 없다. '악법대로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전제 1 : 좋지 않은 법은 바꿀 수 있다.
전제 2 : 법에는 선법도 있고 악법도 있다.
결론 : 악법은 바꿀 수 있다.
'악법은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악법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바꿔야한다'는 실천의지를 담는 명제가 널리퍼져야 하지 않을까. 실제 소크라테스의 삶도 악법을 소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악법이 악법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이 믿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죽었던 것이니까.
읽은 책 :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지음, 왕학수 옮김, 2002년, (주) 신원문화사 펴냄
2007/01/07 12:11
http://blog.hani.co.kr/noriteo/3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