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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가 1984년에 나온 <예술사회(The Art Circle)>(문학과지성사, 1998)는 <미학입문>(1971)과 <예술과 미적인 것>(1974)에 이어서 번역된 미국의 예술철학자 조지 디키의 최근작이다. 뒤엣책들은 각각 <미학입문: 분석철학과 미학>(서광사, 1981), <현대미학: 예술과 미적 대상의 분석>(서광사, 1985)로 번역돼 있는데, <예술사회>는 특히 <예술과 미적인 것>(<현대미학>)에서 그가 제기한 '제도론적 예술'론을 수정/보완한 것이다(제도론적 예술론에 대한 개관과 비판은 박이문의 <예술철학>(문학과지성사, 1984)을 참조할 수 있다).
제1장의 서론에서 디키는 자신이 <예술과 미적인 것>에서 개진한 바 있는 제도론적 예술론을 어떻게 수정/보완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제2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그가 그러한 예술론에 대한 발상을 얻은, 하지만 다소간 의견차이를 노출하게 되는, 아서 단토의 '예술계'론과 자신의 입론을 비교검토한다. 참고로, 19쪽에서 언급되는 '톰 월프의 <그림언어(The Painted Word)>(1975)'는 '톰 울프'의 <현대미술의 상실>(열화당, 1976; 아트북스, 2003)로 번역돼 있는 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제2장에서 디키가 검토하고 있는 단토의 논문은 '예술계'(1964), '예술작품과 실재적 사물들'(1973), '일상적인 것들의 변용'(1974) 세 편이다. 그는 이 논문들을 차례대로 검토해나가는데, 그가 지적하는바, '예술계'에서 단토는 예술에 대한 소크라테스/플라톤의 견해를 최근의 '반예술 이론가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단토는 우리가 '예술'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고 예술을 제대로 식별한다는 견해를 모리스 와이츠 같은 최근의 반예술 이론가들이 나눠 갖고 있다고 본다."(30쪽)
국역본에는 이 문장의 바로 앞 문장이 누락돼 있는데, 그 내용은 "I shall not concern myself with the question of whether these views are actually attributable to Socrates or Plato."이다. 그러니까 단토가 소크라테스/플라톤의 예술론이라고 제시하는 견해가 실제로 소크라테스 혹은 플라톤에게 귀속될 수 있는 견해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는 것(그래서 역자도 빼놓은 것일까?). 더불어 '반예술 이론가들'이란 'anti-theorists of art'의 역어인데, '예술이론의 반대자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명료하지 않을까 한다('반예술'에 대한 이론가들이란 뜻이 아니므로).
디키가 요약하는바, 단토는 그렇듯 우리가 예술작품들을 식별해낼 수 있다는 견해("예술인지 아닌지는 보면 안다"는 견해)에 반대한다. 단토의 주장은 이렇다: (1)예술이론들이 우리로 하여금 예술작품과 비예술작품을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인식론적 주장. (2)예술이론들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는 존재론적 주장. 이하의 내용에서 역자는 'identify artworks' 란 표현을 모두 '예술작품을 동일시하다'는 식으로 옮겼는데, '예술작품을 식별하다'라고 해야 한다.
"단토는 과거에 모방론이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지만, 어쩌면 모방론은 예술이 곧 모방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함으로써 도움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방이 아닌 어떤 것을 대면했을 경우, 그들은 그것이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며, 그리고 만일 그들이 모방인 어떤 것을 대면했다면 그들은 그것이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30-1쪽) 병렬적인 구문인데, 곰곰히 읽어보면, 강조한 대목이 오역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그것이 예술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라고 해야 한다. (모방론에 근거하여) 사람들이 척 보고서 모방이면 예술이고, 모방이 아니면 예술이 아니라고 식별/판정했을 거라는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