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종종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꽂혔다"는 경우.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생각이 물밀듯 밀려들어와 안착해버리는 경우..
내게는 제주도 혼자 여행이 그랬다. 갑자기 문득 가고싶어졌다. 누구랑도 아닌 나 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바빴던 나랑 여행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역시 책쟁이는 책을 봐야지 하면서 제주 여행서를 뒤적뒤적대다가 발굴했다.
<나 홀로 제주>
요즘 유행하는 모 프로 이름같다.
제주도에 관한 여행책은 차고 넘치도록 많지만 이렇게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룬 책은 처음 봐서 흥미롭게 집어들었다. 우선 표지를 보자.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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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제주도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이 책은 저자가 제주도를 정말 좋아하는 듯했다. 본인이 직접 여러 번의 여행을 거쳐 느낀 점과 발견한 장소 등을 실어서 더욱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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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 홀로 여행을 응원한다고 했다. 사실 홀로 여행을 떠나본 적은 없어서 긴가민가하면서 찾아보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저 한마디를 보고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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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제주도 지도로 시작하여 여행 방식에 대한 조언(버스를 탈 것인지, 렌트카로 다닐 것인지, 스쿠터를 빌릴 것인지, 혹은 시티투어버스를 탈 것인지)으로 시작하여 제주도를 지역별로 나눠서 아우른다. 북서부, 북동부, 남동부, 남서부, 그리고 산과 섬에 대해서까지. 시계방향으로 제주도를 일주하는 듯한 순서로 이 책대로 따라가면 나도 벌써 제주 한바퀴다. 각 지역별로 걸을 곳, 먹을 곳, 마실 곳, 잘 곳을 추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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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쉬어가는 코너처럼 화보같은 제주의 풍경이 펼쳐졌는데 이것 또한 좋았다. 보통 제주도를 가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알차다고 느끼는 여행을 하기보다는, 쉬엄쉬엄 쉬어가는 제주 힐링여행을 표방하는 것과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왁자지껄한 관광지 위주 추천보다는 조용한 브런치 카페, 소담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 등 숙소 추천 위주의 내용이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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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맛집 소개......! 두둔! 이 책은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1인 주문이 가능한 곳 위주로만 소개해서 눈길을 끌었다. 혼밥이 대세지 암 그렇고말고. 혼밥 손님 받아주는 식당들 번창하세요... 요즘 워낙 1인 주문이 안 되는 식당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제주도에 혼밥 가능한 곳이 이렇게 많다니 좀 놀랍기도 하고 더 가고싶어졌다. 1인분 주문되는 갈치조림집 꼭 가야지.. 여행은 먹으러 가는거라고 생각하기 때무네 하나하나 정독한 코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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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지역 설명을 마칠 때마다 있던 코너는 제각기 독특했다. 제주 책방, 제주 오일장, 제주 플리마켓, 제주 김밥 모음까지. 제주 책방 눈에 띈다.. 서울에서도 독립책방을 많이 구경다니는데 저기도 꼭 방문해보고싶다. 먹고나서 여유가 된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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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치고는 과감하게 풍경에 1~2페이지 지면을 준 것치고는 꽤 많은 장소를 다루었다. 빽빽하게 펼쳐진 색인이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와우.. 되게 쉬엄쉬엄 봤는데도 이만큼이나 봤구나. 몇번을 가야 이런 장소에 다 발도장을 찍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에라도 찾고 싶은 곳이 생기면 찾기 편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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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체적인 감성이 따뜻하고 몽글몽글해서 좋았다. 이쯤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수많은 제주도 책 중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저자 이름이 절친한 친구랑 같아서이다. 이유는 웃기지만 그래도 읽을수록 친구가 옆에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주관을 담은 일종의 에세이집처럼 읽어내릴 수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뜻밖의 득템한 느낌! 읽으면서 올해 안에 꼬옥 제주도 혼자 여행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마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사실 이거 쓰기 전에 항공권 열심히 검색하다 왔다... 제주도야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