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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 신정근
  • 15,300원 (10%850)
  • 2014-11-20
  • : 126


 

  직설적이면서 호기로운 제목이었다. 제목 식으로 표현해보자면, 제목부터 이미 멱살잡고 한판 붙으면서 시작하는 책. 지금까지 어느 누가 동양철학과 맞짱을 나란히 둘 생각을 했을까? 동양철학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연상되곤 하는 단어가 유교, 불교, 공자, 맹자, 예, 도처럼 다소 고분고분하면서도 조용한 어감의 단어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이미지가 오해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제목부터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본문에서 충분히 그럴 만한 근거를 제시해 보였다.

 

  이 책의 특징으로는, 서양의 사상가 위주로 철학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던 기존의 교양서들과 다르게 동양의 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다루고 있는 시대는 필요에 따라 고대에서부터 현대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마찬가지로 필요하다면 동양의 사상가와 서양의 사상가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도 한다. 동서양의 철학을 각각 나누어서 배우고 이후에 대학 교양과목에서 리차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교재로 택해서 배워온 나에게 이 책은 철저하게 동양의, 동양에 의한, 동양을 위한 철학 교양서로 다가왔다. 비록 지금 세계가 서구화되고고 세상의 주류를 차지하는 세력이 서양으로 꼽힌다고 해도 분명히 비주류는 존재하며 비주류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힘의 논리에서 다소 억눌려 있어서 빛을 발하지 못했을 뿐이지 오히려 어보면 금광일 수도 있다. 동양 철학의 매력이자 강점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동양에 대한 편견을 파괴하듯이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동양철학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모험을 떠나 도전하고 독립이라 할 수 있는 주제로 묶인 철학적인 이야기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창조적인 주제로 묶은 뒤 선언하고 이제 미래를 향한 기획가 꿈을 담은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왜 이거만 사진이 작아졌는지 미스터리)

 

  생각해 보면 내가 수능을 볼 때 선택해서 열심히 공부하던 윤리 과목에서도 교과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서양 철학이었다. 동양에 살고 있는 내가 정작 동양 철학에 대해서는 깊게게 배우지 못한 것이다. 주류인 서양 철학을 배우느라 동양 철학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지 못했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마저도 내가 동양 철학 중에서 주류만 배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득이하게 주류 비주류라는 용어를 쓰지만 그것이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동양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던 나는 이 책에서 "양자"라는 사상가를 처음 접했고, "묵자"와 "양자"가 당시에 사상적으로 양대산맥을 이루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묵자"가 단순히 사상을 이론적으로 펴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용병 집단을 결성해서 강대국의 침략으로 시달리는 약소국의 위기를 해결해주는 천군(하늘이 내려준 군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사실도. 교과서에서는 알려주지 않던 얌전한 동양의 이면의 모습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었다.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있으면서도 동양에 이미 스파르타쿠스보다 130년 이전에 비슷한 행적을 걸어간 "진승"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 또한 처음으로 알았다. 단순히 흥미로운 일화를 전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여기에서 법치주의 국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내재적인 결함을 묻고 이를 스파르타쿠스와 연관지을 수 있는 저자의 안목에 좋은 평가를 주고싶다.

 

  맹자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그의 사상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닮은 점이 많아서 놀랐다. 책에 나오는 부분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맹자는 실제로 지극히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있는 사람"은 물질의 풍요를 누려보았기에 그것이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있는 사람"은 더 나은 물질을 가질 수만 있다면 예의의 가치를 돌보기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반면 "없는 사람"은 멸시와 조롱에 익숙하리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물질인 밥보다 자존심을 더 내세울 수 있다. 밥은 굶으면 그만이지만 자존심은 무너지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으며 저런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던 그의 사상에 놀라던 나인데 이미 동양에서 몇십 세기 이전에 존재하던 사상이라니, 동양 철학의 깊이와 위대함을 다시 한번 체감한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서양에서 나온 사상도 누가 먼저다를 떠나서 동양에 존재했던 것이리라.

 

  이외에도 동양의 뜻밖의 여러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동양 철학 내에서도 주류였던 공자 사상은 당대 제후 등 권력을 가진 세력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칭송받게 된 배경이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는 겸애를 주장하던 묵자의 주장은 그 이해관계와 맞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결과적으로는 국가 통치에 도움이 되는 유교나 불교 사상을 위주로 기록되어 내려왔다는 점도 이 책을 읽어보면서 다시금 체감했다. 이토록 다양한 사상과 일화들이 존재했다니.. 동양 철학 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 싸움이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비주류에 주목한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예전에 서양 철학에서 비주류로 내려오는 철학 쪽을 배운 적이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로부터 시작해서 이어내려오는 상상력에 대한 이론인데, 이런 내용을 배웠으면서 왜 동양 철학에 있어서 비주류는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약간은 후회도 된다. 어디에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주류가 부각됐을 뿐이지 비주류도 분명히 존재 의의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동양에 있어서 주류로 내려오는 사상이 얌전하고 수동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기에 전부가 그렇다고 오해받기 쉽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동양에도 서양의 과격한 사상 못지않게 다양한 사상이 존재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동양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성인이 된 경우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 <나홀로 집에>나 현대 서구 사상가를 예시로 들면서 읽기 쉽게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원래 한자를 어려워하는 나라서 한자가 나오면 피하기 바빴는데 이 책에서는 그래서 더 수월하게 읽어내려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또한 각각의 편이 네이버에 연재됐던 내용이라 그런지 책의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냥 아무 편이나 열고 읽기 시작해도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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