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가 바뀐다. 24년의 밤과 25년의 낮 그 사이에 머무른다. 떠오르지 않더라도 쓰는 해가 될 것이다. 아침이 밝았다. 깨어날 시간이다.
꿈에서 깬 그가 스물셋을 지나 서른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애쓰며 나아가는 삶에 대해, 그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 한 세계에 속하는 일, 그는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 속해 있나요. 당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어떠한 문장들이 흐르고 있나요. 그 문장들은, 그 세계는, 그 세계 속 당신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나요.
나는 답한다. 도착지를 모르는 채로 출발부터 하였습니다. 어디로 흘러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저, 지금-여기를 벗어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지금, 여기를 놓쳐야만 그때, 거기를 말할 수 있는 삶도 있습니다.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 제대로 써내려가기 위해서, 일부러 놓아버린 것들이 있었습니다. 꽉 쥐고 있으면 흐를 수 없습니다. 언젠가 당도할 미지의 세계를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천천히 흐르겠습니다.
쓰는 삶과 쓰지 않는 삶 사이의 간극을 생각한다. 쓸 수밖에, 쓰는 수밖에 없는 삶을 생각한다. 읽고 쓸 시간이 없음에도, 읽고 쓰는 시간을 기어코 만들어내는 삶을 그린다. 하얀 모니터 안에 잠든 문장들이 느리게 늘어가는 꿈, 제때 맺히지 못한 이야기들. 시간은 찾아오고, 이야기들은 깨어나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발자취를 남길 것이다. 깨어날 시간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