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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upahacca
  •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 가브리엘르 블레어
  • 15,300원 (10%850)
  • 2024-11-25
  • : 459

초점을 바꾸는 것, 시선을 옮기는 것, 그것은 얼마나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던가.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그 말은 곧, 이런 말이 아닌던가.임신중단의 책임은 사정하는 남성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시선을, 초점을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 향해주세요. 


혹자는 그럴 것이다. 피임에 대한 책임은 남녀 모두에게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블레어는 각 장마다 일일이 붙인 미주를 통해 말한다. 자, 제 주장의 근거는 여기 있습니다. 그가 내민 수많은 자료들 중 하나를 소개한다. 80억 달러에 달하는 피임 시장의 “90%”를 “여성”이 이용하는 피임법이 차지한다. 이 사실 뒤에 무엇이 있는가. 왜 남성은 적극적으로 피임하지 않는가. 그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해야 한다. 한 남자의 책임감 없는 사정은, 한 여자의 사정이 무시된 채로, 그 모든 것을-그러니까 그녀의 모든 세계를-뒤바꿔놓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남성들이 이 진실을 간과한다. 무시한다. 보지 않는다. 듣지 않는다. 


원치 않는 출산, 그로 인해 태어난 아기는 여성에게 그 자체로 형벌이 된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태어났으나, 그 순간부터 여성은 수많은 울음을 삼켜야 하는, 삼켜내야만 하는 생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것은 생이 아니라 멸에 가까운 삶일 것이다. 이것은 이미 정해진 비극이다. 


그러나, 정해진 비극 속에서도 여성들은 말해야 한다. 그것이 말로 꺼내어진 순간, 초라하고 비참할지라도 말해야만 한다. 말해질 수 없다면, 적어내야 한다. 똑바로 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들으라고. 더이상 관객석에서 관망하지 말라고. 당신도 이 무대에 올라와 그 몫을 다하라고. 


배설하는, 배설할 수 있는 인간들은 이 책이 와닿지 않을 것이다. 책임하는, 책임질 수 있는 인간들은 이 책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관객석에 앉아있는, 아니, 이 비극의 무대에 관심조차 없는 이들에게도 블레어의 분노가 가닿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한 명의 여성이자, 또 다른 블레어이자, 형벌로서, 나는 말하고 적는다. 임신중단의 책임은 남성에게 있습니다. 



#가브리엘르블레어#책임감있게사정하라#인문#임신중단

*위 서평은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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