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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 가라타니 고진
  • 18,000원 (10%1,000)
  • 2010-03-01
  • : 1,686

한 원로학자의 가라타니 고진 표절론과 함께 이 책은 본격적으로 한국 학계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 표절론이 대두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은 이미 국문학 연구의 바이블이 된 상태다. 단순히 일본 문학사가 아니라 문학의 근대성의 기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고진의 이 작업은 니체, 푸코의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기원을 찾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되잡겠다는 역사적 의지에 천착하지 않는다. ‘기원’이 겉으로 드러내는 부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간과되었던 진짜 기원, 본질로서의 기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현재 일본의 문학 그리고 현대일본의 정신이 가지고 있는 현실을 자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진정한 방법론이다.



서구의 문학사가 점증적으로 또 자가적으로 발전된 것과 달리 동아시아의 근대문학은 서구의 개입과 동시에 단절 속에서 탄생했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상상의 공동체>에서 말하듯 ‘단절에의 알림’은 ‘신문’과 ‘문학’이라는 근대적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연속적인 역사가 아닌 근대적 소통방식으로 단숨에 사람들의 인식방식을 바꿔 놓는 데에는 역시나 문학의 역할이 지대했다. 고로 이 책은 단순히 문학에 한정짓기 보다는 문학을 통한 근대인식의 변화를 감지한다는 데에 더 의미가 깊다.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것은 한국문학의 원초적 기원을 찾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단순히 식민지 근대화론을 빗대어 비판할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근대라는 개념 자체가 역사의 진보이며 선이라는 관념 하에서 자신들의 이론을 전개하지만 근대는 결코 좋고 나쁨의 것이 아니며 필연적인 것도 아니다. 지금 여기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리가 받아들인 근대를 파헤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에 영향을 미친 일본 문학은 서양과 일본의 관계처럼 조선의 인식을 크게 바꿨을 것임이 분명하다. 고로 우리로서는 고진의 이 연구서가 성취한 업적이 그 어떤 나라보다 귀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문학이라고는 소세키의 소설 몇 편을 읽은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무지랭이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전지식이 없이 전체적인 맥락을 염두에 두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많은 집중력과 상상력을 요한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책을 완독했을 때의 성취감이 더욱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학의 기원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과 현재 내가 사유하는 방식이 맞물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릇 인문학의 공부란 내가 가진 생각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고진의 이 책은 연구서로서 뿐만 아니라 인문의 방법론을 훌륭하게 제시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몇 번 더 살펴본 후에 정리를 할 예정이다. 생각에서든 다른 글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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