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하람이의 책방

알라딘 서평단에 다시는 등록안해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하였다.

그냥 좋아하는 책 좋아서 사서 아무때나 읽어야지 이런 의무감으로 시작하다니 정말 난 바보다.

그러나 야고보. 스페인, 순례.. 이런 단어에 혹해서 덥썩 신청했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집어들것 같다.

우리나라 여성 여행가가 쓴 스페인여행기가 이 순례와 일치하는 길이고 라디오에서 듣기에는 분명히 멋진 경험이라는 둥 그랬는데 왜 독일인이 쓴 이 책에는 그 딴 감동은 하나도 안 나오는 거야~ 그럼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귀엽지는 않지만 재미있어보이는 이 작가-하페 케르켈링-는 분명 흥미로운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는 독일인이고 이 글을 독일어가 아닌 한글로 보고 있는 나는 옮긴이의 실수인지 번역의 어쩔수 없는 한계 때문인지 글 읽는 것이 아주 고행이 되고 있었다.

즐거이 며칠에 한 권씩 읽어내면 다음 책은 뭐 읽을까 기대하던 일상은 사라지고 아 언제 이 책을 다 읽어내나... 쪽수만 쳐다보다가 흑흑.. 결국 끝까지 가지 못했다. 작가는 분명히 야고보 길을 다 여행했겠지. 작가가 순례길의 중간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유혹을 느낀 그 때 나도 책을 덮고 싶었다. 그런데 살짝 이 책이 재미있는 것도 같아서 조금 더 진행했지만 결국 246쪽에서 책은 멈추고 말았다. (하루 한 쪽이라도 읽어볼까?)

순례의 의미는 힘든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겠지. 그럼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독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작가가 진지하지 않기에 그리고 종교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책을 통해 하나님을 생각하지도 못했고 그가 그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 유형을 그의 눈으로 보면서 참 별 사람 다 있고 세상은 정말 웃기고 다양하다는 진부한 결론을 얻었다.

애초의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 10년후에 나도 이 길을 걸어보겠다는 다짐을 얻으려고 했는데 그냥 이 쪽은 너무 힘들거 같아서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페는 참 솔직한 사람이고 쾌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온전히 느끼기 힘들었다. 아마 내가 독일인이나 그의 코미디를 본 시청자라면 더 진한 감동이 왔을텐데. 그런 아쉬움이 들었다.

2주동안 책 읽기가 즐거움이 아니고 이렇게 고행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활자화된 문자언어가 내게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설마 작가가 나에게 원한 것이 이런 것은 아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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