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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독(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 1999)은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 데드맨(Dead man, 1995)의 짐 자무쉬(Jim Jarmusch) 작품으로 고스트 독이라는 독특한 킬러의 이야기입니다. 


 고스트 독은 일본 고서 '하가쿠레; 사무라이의 길'을 읽으며 비둘기로 연락을 하고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늙은 마피아 루이를 주군으로 섬기는 킬러입니다. 늘 하던데로 루이의 의뢰로 누군가를 죽이러 가지만 일이 틀어지고, 조직은 고스트 독을 제거하려 듭니다. 이에 고스트 독은 '사무라이의 길'에 따라 복수를 하게 됩니다.

 이 액션 영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현대에 살면서 사무라이의 길을 걷는 고스트 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마피아들 역시 한창 때에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늙은 갱들로 임대비가 밀려 헤매고 꼬마가 던지는 장난감에 어쩔 줄 몰라 하고 고스트 독을 처리하기 위해 건물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은 여느 영화에서 보여준 쿨한 마피아와는 다릅니다. 거기다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듯 모두 고전 만화영화에 빠져있죠. 또한 영어를 못하는 아이스크림 장수 레이먼드와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플라스틱 도시락 통에 책을 잔뜩 넣어 다니는 펄린 역시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등장인물들로부터 영화는 액션이 아닌 즐거운 유머를 보여주는데, 특히나 시종일관 진지하게 사무라이 흉내를 내는 고스트 독의 행동과 불어만 할 줄 아는 아이스크림장수 레이먼드의 대화는 많은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다루는 코메디로 가지는 않습니다. 정말 진지한 고스트 독의 사무라이 흉내 역시 그렇고요. 반면 건물세가 밀려 독촉을 받고 랩퍼 퍼블릭 에너미가 좋다며 랩을 지껄이는 보스 소니와 마치 노망이라도 난 듯 한 다른 두 보스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밖에 영화에서 보여지는 많은 상황들은 영화보기를 즐겁게 만드나 결코 코메디나 삼류 액션 영화로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들로 인해 영화의 마지막이 더 크게 다가오지요. 


 영화에서 보여지는 죽음과 타인과의 교감 따위 등을 떠나 포레스트 휘테커(Forest Whitaker)가 연기한 퀭한 눈의 덩치 큰 흑인 사무라이 고스트 독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캐릭터들, 감독의 친구인 우탕 클랜의 멤버 RZA의 음악과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저에게는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이상은 제 블로그에 썼던 영화평이고, DVD의 대해 얘기하자면 저렴한 행사타이틀로 나온 것 치고는 좋은 타이틀입니다. DVD메인화면도 신경쓴 흔적이 보이고 한글자막 역시 모두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화면질은 요즘 나오는 영화에 비하면 떨어지고 어두운 면이 있지만 오히려 이게 더 영화와 어울리는 듯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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