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편이라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그중 이번에 새롭게 시작해 본 것은 어반스케치였다.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 집 안의 풍경이든 바깥의 거리든, 그런 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이 참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초보자용’ 책이라는 점이다. 드로잉 책들을 보다 보면 초보자용이라고 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은 ‘어반스케치 준비물’부터 시작한다. 필요한 도구들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어 좋았고,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게 준비물을 구성하기에도 편했다.
기본기에 대한 설명도 차근차근 이어진다. 선 긋기, 해칭, 명암, 구도, 원근법, 투시 같은 내용을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그림을 거의 그려본 적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나도 하나씩 따라 해 보니 처음 해보는 펜 스케치가 생각보다 쉽고, 또 제법 예쁘게 그려져서 만족스러웠다.
처음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은 역시 ‘따라 하기’인 것 같다. 이 책에는 따라 그릴 수 있는 예제가 정말 많다. 다양한 식물, 자연물, 소품 등 한 번쯤 그려보면 좋을 소재들이 많아서, 따라 하다 보면 조금씩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중간 과정의 그림들도 과하지 않고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따라 하기 편했다.
뒤쪽으로 갈수록 인물 그리기, 자동차 그리기처럼 조금 더 복잡한 예제들이 나오지만, 일단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엉성하더라도 그럴듯한 그림이 완성된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끈기를 가지고 계속 해보는 자세인 것 같다. 레몬을 따라 그리다가 틀려서 엑스표를 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다 잘할 수 있다면 굳이 책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채색에 대한 내용도 마지막 부분에 나오기는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스케치 부분이 워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채색은 다른 채색 책과 함께 보면서 보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어반스케치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기보다 ‘지금 이 풍경을 기록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것, 머문 장소, 지나간 시간을 손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그림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사람이 어반스케치에 입문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책이었다. 다만 취미용에 가까운 책이기 때문에, 그림 실력을 체계적으로 깊이 키우는 미술 교재를 기대한다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은 미리 내용을 확인해 보고 선택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