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오늘은 실험이니까, 다섯 명이 적당히 한 조를 만들어 앉도록.
선생님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그 한마디에 과학실 안에는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적당히 앉으라고 해서 정말로 적당히 앉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극히 한순간에 치밀한 계산 ㅡ 다섯 명 전부 친한 친구로 뭉칠 수 있을지, 아니면 모자라는 부분을 남는 아이들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될지 ㅡ 이 이루어지고, 친구를 찾아 헤매는 시선들이 순식간에 뒤엉키며 조가 짜여진다.-6쪽
「넌 언제나 한꺼번에 이야기를 쏟아놓지? 그것도 듣는 사람이 듣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자기 얘기만. 그러면 듣는 쪽은 맞장구치는 것 말곤 할 게 없잖아.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대화를 하면, 침묵 따위는 생기지 않아. 만약 생겨도 그건 자연스러운 침묵이니까 초조해지지도 않고.」-86쪽
「욜리짱에게 다가갔을 때, 나, 그 사람을 이제까지 그 어느 순간보다 가장 멀게 느꼈어. 그녀의 부스러기들을 긁어모아 상자 안을 채워 넣던 그때보다, 훨씬.」-1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