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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d Blows

Untouchables, 느와르와 베리스모

R. Leoncavallo, 'Pagliacci' '의상을 입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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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브라이언 드팔머(Brian De Palma) 감독의 <언터쳐블>(The Untouchables). 이 영화는 웨스턴과 르와르를 수용한 복합 장르의 영화로 웨스턴의 선악구조에 다소 가벼운 르와르적 요소로 가미해 상업적 흥행을 도모했다. 곰팡이 쉰내가 풍기는 뻔한 스토리 라인에서는 관객 모두를 노스트라다무스로 만들어 버렸고 낡은 틀 속에 담아 놓은 초호화 케스팅은 대사만 좀 더 많아진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브라이언 드팔머의 '드레스 투 킬' 정신은 사라진 것일까. 그러나 다른 작품에서 베껴온 표절 장면들은 의외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에이젼슈타인(Sergi M. Eisenstein)의 영화 <전함포템킨>(Bronenosets Potermkin)의 '오데사 계단 씬', 그리고 르와르의 정수로 꼽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에서 빌려온 장면 들은 '모방이 제2의 창작'이란 것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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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감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알 카포네의 모습과 갱스터의 무자비한 암살장면이 겹쳐지고, 사뭇 비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테너가수의 비통스러운 울부짖음이 흐른다. 여기에 등장하는 음악은 레온카발로(R. Leoncavallo)의 오페라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Recitar! Vesti la guibba)'라는 곡으로, 이 곡은 베리스모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 중 제1막 마지막 곡으로, 극 중 극에서 광대로 등장하는 유랑극단 단장 카니오가 비탄에 잠겨 부르는 노래이다.

이질적인 두 장면이 겹쳐지는 데는 혼란함과 생소함이 배제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 청부살인을 저지르고도 단지 오페라에 눈물을 훔치고 있다면, 관객들은 그 뻔뻔함을 욕하기 전에, 황당한 코메디로 넘겨 버릴 것이다. 이 곡은 이러한 관객들의 불쾌함을 진지함으로 전환시켜 준다. 또 오페라 아리아는 장면을 더욱 세련되게 받쳐 줘,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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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곡의 등장은 <팔리아치>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이 희극은 끝났다."처럼 알 카포네 시대가 끝났음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르와르와 베리스모>

Film Noir...2차대전이 끝나고 승리의 기쁨으로 고향을 찾은 병사들. 귀향하는 오딧세이는 아내와 아들을 잃을 판국이었지만, 그들은 가치관을 도둑 맞았고 심지어 경제적 허덕임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에게 남은 거라곤 허무주의와 퇴폐주의뿐. 필름 르와르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Opera Versmo...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낭만의 이상이 무너질 시기. 사실적 역사에 초점을 둔 자연주의가 신문학 장르로 태동되었다. 민중의식과 손잡은 베리스모는 가장 절박하게 필요성을 인식했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싹트게 되었고, 문학운동에서 음악으로 전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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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금주법, 탈세, 암살, 폭력, 갱스터...등은 르와르 필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려지는 그림들 속에 단지 음침한 불빛 아래서 내뿜는 담배연기처럼 무의미한 의미들로 채워져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갱들의 피 튀기는 혈전과 쓰레기 같은 삶의 근원은 가치관을 상실한 시대에 사는 이들의 슬픔에서 비롯된다.

 

 

특히 이탈리아 이민 세대가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엉클톰 사회에 반기를 드는 모습들은 한편으로 아나킥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몇 작품들 중에는 "폭력의 포장된 정당성"에서 벗어나 노스텔지어를 갈구하는 이민세대의 비극성까지 그려내, 파괴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술 수용자들을 충격적인 감동 속으로 몰아 넣는 '처절한 비극성'은 모든 예술 장르에서 나타나고 있다.

칼과 총알이 오고 가고, 주인공이 피를 흘려야 막이 내려 오는 '베리스모 오페라'... 이 점에서 베리스모 오페라는 르와르 필름과 닮아있다. 이 둘에서는 탄압 주체와 억압 객체가 폭력을 기초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199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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