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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 하유지
  • 13,500원 (10%↓750)
  • 2026-08-31
  • : 730
🌿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 하유지 / 돌베개

“그런데 어쩐지 좀 불안하지 않아?”
이렇게 말해 놓고 깨달았다. 추동하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것을.
“뭐가 내가 계속 아빠 대타로 일하게 될까 봐?”
“아니 그냥,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게.” 30쪽

부모님을 도와 배달일을 하는 추동하와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오한봄. 실수로 아래층에 자꾸 배달실수를 저지르는 추동하를 학원에서 우연하게 만나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초반에는 엄마가 있지만 없는 상태의 한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엄마의 연락처를 일부러 외우지 않으려는 모습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은 나이와 상관없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봄의 할머니는 심장이 좋지 않아 곧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이고 그로인해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한봄의 엄마가 원래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괴로워진다. 마치 배송완료 문자를 받고 문을 열었지만 택배가 문 밖에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수학 과외를 제안했을 때부터 엄마에 관해 털어놓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산이란 묘한 공간이었다. 크고 작고 높고 낮은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주변에 다른 등산객이 있는데도 동하와 나, 단둘만 존재하는 우주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73쪽

봄과 동하의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만큼 반대로 힘겹게 만드는 대상도 당연히 존재한다. 인생의 세 사람의 자리를 헤아려보며 규림과 할머니로 두 사람의 자리는 채워졌지만 남은 한자리를 누가 대신해줄 수 있을지 가늠하는 봄이의 마음의 독자인 나 또한 읽을수록 그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웠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과 지인이라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지만 “우리 사이에는 이정도 간격이 있지 않을까(104쪽).”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봄이의 마음이 안타까웠고, 동시에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 자리를 자신이 채울 수 있는 것 혹은 채워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고 이 세상에 얼마간 지쳐 버렸을 때, 우리는 여전히 우리일까? 우리 곁에 우리가 있을까? 모를 일이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단 하나, 지금 내 옆에 동하가 있다는 사실, 동하 옆에 내가 있다는 진실. 132쪽

예전에는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면 어른보다 더 현명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마음을 다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어째서 이 아이들은 이토록 어른도 하기 어려운 마음정리와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가능할까, 남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한 결핍을 채우기 위함일까, 이또한 글을 지은 어른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바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의 인물들은 어른의 기대치에 맞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아이들도 충분히 자신의 미래를 염려하고 또 준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두려워하지 마!” 라고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봄이처럼 막연한 미래때문에 불안한 이들이 힘을 낼 수 있기를. ‘작가의 말’에서 한봄과 동하의 말처럼 언제, 어디선가 꼭 다시 두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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