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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서리꽃 세트 - 전2권 (초판 한정 케이스 + 조정래 ...
  • 조정래
  • 36,000원 (10%2,000)
  • 2026-08-24
  • : 67,830
조정래 장편소설 서리꽃 1, 2권 서평

“오늘이 십오 일이지? 가자, 꽃구경하게.”
절에서 나오며 이재이가 말했다. (…)
“눈 맞으며 피는 꽃?”
윤소인이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언젠가 말했지? 남도의 서러움이 맺힌 꽃이라고.” 2권 73쪽

눈을 맞으며 피는 서러운 동백꽃.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서리꽃>은 슬픈 사랑의 노래다. 슬픈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뤄지지 않는 사랑일 수도 있고, 혼자서만 애태우는 그런 사랑이 슬플수도 있다. 얼마나 슬픈 사랑일지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펼쳤는데 ‘작가의 말’이 먼저 등장한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긴 시간 팔을 움직이는 직업의 아픔은 터널 증후군 수준이 아니었다. 스스로 바라보기에도 끔찍할 만큼 엄청난 대수술까지 감내해야하는 것이 ‘작가’였다. 모든 작가가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어쨌거나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 소원(작가의 말 참조)’인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려니 엄숙함이 느껴졌다. 맨 위에 발췌문에 바로 이야기의 두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재이와 윤소인. 철학과를 졸업한 재벌집 아드님과 꿈이 화가였으나 가난때문에 꿈을 포기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미술가 윤소인. 이재이는 시를 썼고, 윤소인은 그 시를 돋보일 수 있는 그림을 고흐의 별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윤소인이 고흐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것은 그녀의 아버지, 꿈을 포기했던 아버지가 좋아했던 화가였기 때문이다. 그런 윤소인을 사랑하는 이재이는 닥치는대로 고흐의 화보집을 구해 읽고 또 읽는다. 소설을 통해,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의 노력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 뿐인가. 종교와 무관하게 불교에 대해, 석가모니가 그 오래전 이미 설파한 차별없음에 대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슬픈 사랑으로 묶어놓았을까.

이재이는 처음 미술학원을 찾아갔을 때,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며 ‘공기가 나쁠 텐데’ 하는 생각으로 기분이 석연찮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지하 이 층에서 몇 년 동안 미세먼지 가득한 탁한 공기를 마셨으니…..” 1권 269쪽

윤소인. 아버지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통해 아버지와 더 가까이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그 그림 때문에 마음에도 몸에도 상처가 생겼다. 이재이는 사랑하는 윤소인의 아픔을 탓하고 원망하는데 세월을 낭비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윤소인을 회복시키는 것, 그것만 생각한다. 그 생각은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하고, 공부하게 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놓을 뿐이다. 윤소인을 포기하면, 모르고 살았으면 이재이의 삶이 더 평안했을까? 그런 질문의 답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윤소인을 위한 유럽여행은 독자들을 위한 여행이기도 했다. 고흐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독자는 90미터가 넘는 모네의 수련을 만나기도 하고, 무명이었던 고흐의 실력을 알아본 로댕의 컬렉션 이야기도 듣는다. 1권에서 마주한 제주와 제주오름처럼 2권에서도 직접 감상했던 옛일을 떠올리며 읽다보니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하지만 그런중에도 이 슬픈사랑이 어떻게 끝이날까 두렵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는 경우도 있고, 그들의 직업이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더 마음이 붙들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서리꽃>의 경우는 인물들의 전공도 전공이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결국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가상세계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속으로 가져와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슬픈사랑 이야기라도 그저 슬프기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정래 #서리꽃 #소설 #작가 #해냄
@hain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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