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장편소설 서평.
유년시절 이후 줄곧 모로코에서 살았던 준서는 자신의 뿌리이자, 진정한 한국인이 되고자 어머니 몰래 국내 대학에 지원해 합격증을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기에 다른 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또래와 함께 놀러다닐 때 준서는 과외사실까지 숨겨가며 어머니의 입맛대로 성장했다. 파리에서 대학을 다녔어도 여전히 이방인의 삶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기에 ‘서울 이데아’를 꿈꾸며 신촌의 한 대학 사학과 신입생으로 돌아온다.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며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면 분명 자신도 ‘한국인’이 될 줄 알았지만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준서가 찾고자 하는 것은 쉽게 다가오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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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발견한 모험가들은 모두 신기루를 선물로 맞이한 사람들이란다.
(…) 신기루를 선무로 맞이하느냐, 덫으로 맞이하느냐… 그건 우리의 몫이겠지.” 192쪽
이웃에 살며 준서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이자 멘토이며 테니스 스승이기도 한 생테스와 함께 했던 사막에서 그는 신기루가 덫인 것 보다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불행하다고 말한다. 준서가 서울에서 힘겨운 일들을 마주할 때 마다 잠시 넘어지더라도 결코 주저앉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말이었다. 그러다 입학식 대표로 주연을 알게 되면서 준서는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해 타학과 전공 수업을 청강하고 오직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시위에도 참가한다. 한국에 온 이유도, 시위에 참여하고 밤을 새며 학교일을 하는 모든 이유가 오직 주연에게 있었던 준서에게 찾아올 결말은 대략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장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이유는 준서의 연애에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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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한국인으로 인정을 받는 건 나의 주체적인 액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던 거야. 평범한 사람들처럼 있는 그대로 한국인일 수 없었던 거지.(…)
결국 난 이십 년 동안 계속해서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았던 거였어.” 432쪽
어딘가에 속해있어야 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거란 기대, 그 기대로 무리를 했던 과거와 그로인해 얻었던 상처들이 스쳐지나갔다. 동시에 현재의 나는 사막 한가운데서 신기루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장 불행한 상태’인건 아닌가 자문해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증명해야만 하는 것인지, 무의미하다 하면서도 늘 그렇게 증명하고자 애써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을 읽으며 그런 자문과 답을 찾아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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