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성냥을 켜다
  • 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 오토나쿨.박지완
  • 17,100원 (10%950)
  • 2026-01-28
  • : 4,050
영화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무언가 먹으면서 보는 영화는 뭐 더 보태지 않아도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이다. <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쿠킹에 진심인 두 저자가 만났으니 읽기도 전에 이 책은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을것인가 기대가 컸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책에 소개된 작품과 음식 조합 그대로를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사진으로 남기는 호사를 누렸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책의 첫 시작은 영화 <걸어도 걸어도>와 소면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소개된 영화를 거의 다 봤지만 신기할 만큼 그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냉소면은 안도 사쿠라 주연의 <어느 가족>이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데 그 영화를 보면서 가족과 식구라는 단어를 참 오래도록 떠올렸던 것 같다. <달콤한 인생>도 에스프레소? 가 등장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개해준 가게와 동시에 김지운 감독님의 작품들을 다시 차근차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주 진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그런가하면 몇 안되는 아직 못 본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와 콩나물 냉국 조합이라니. 콩나물 냉국은 개인적으로 계절과 상관없이 즐겨 먹는데 콩나물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것도 있다. 또 이야기 마다 레시피가 소개된다는 이야길 빼놓을 뻔 했다. 레시피를 보면서 기존에 내가 해먹던 방식이랑 무엇이 다른가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데 신기하게 콩나물국은 다른 누군가의 레시피를 참고한 적이 없었다. 아마 콩나물을 좋아해서 누가 끓여도 전부 다 맛있다고 느끼는 단순한 입맛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그 맛있었다는 콩나물국, 아마 독자들은 다들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다. 뭐 그래도 다들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전남친토스트 같은 추억이.

와! 이거 뭐야? 너무 맛있다! 어떻게 만든 거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절대 말 안해 줄거야. 넌 분명 나랑 헤어지고 나면 딴 여자에게 만들어줄 사람이니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나라는 동전의 뒷면을. 70쪽

음식과 영화이야기, 그리고 저자들의 일기를 읽다가 눈물을 글썽이게 된 순간도 당연히 있었다. 삼계탕. 삼계탕이 수프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 수프하면 경양식 돈까스의 크림스(이건 스라고 적어야만 할 것 같다)프나 달달한 단호박수프가 아니라 삼계탕이 생각날 것 같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분들이 온전히 머물지 못할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 뭐 하나 달라진 것 없는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양영희 감독의 영화 속에서 시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흘러가면서 섬세한 태피스트리를 짜는 것 같다. 그저 카메라로 찍어놓은 일련의 일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들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는 과정에서 과객들은 인물의 인생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109쪽

전시장에서 작품해설을 하다보면 다큐영상을 소개해야 할 때가 많다. 그 영상들이 소재로 삼은 사건 혹은 내전은 나라도 대상도 전부 다르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된 진실규명이나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같았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런 아픔을 놓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에술은 아무나하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도 분명 그런 맥락이 있기 때문에 내게는 소중하게 다가온다.

서평을 적다보니 저자들의 이야기를 잘 읽긴 했는데 이상하게 내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잘 차려진 한 권의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을까? 그것도 포트럭파트처럼 각자 준비해서.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주제들로 가족과 함께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