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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사람을 기획하는 일
  • 편은지
  • 15,300원 (10%850)
  • 2026-01-15
  • : 2,010


'사람을 기획한다'는 말은 어딘가 불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어떤 틀에 넣어 계획하고 도식화하는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람 기획이란, 누군가를 틀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고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발견하고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194쪽

위의 내용은 본문을 지나 '별첨' 부분에 등장하는 첫 문장으로, '사람 기획의 A to Z'를 소개하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은 뒤 마주한 '그 사람 고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발견하고 설계하는 과정'이란 문장은 어쩌면 이 책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는 동안 배우고, 만나고 나누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 편은지PD는 잘 알려진 예능<살림남>을 기획한 사람이다. 덕분에 잘 알려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연예인들의 이야기, 특히 진솔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현재 사는 집에는 TV가 없다보니 오히려 아주 가끔 명절에 보는 예능은 낯선 만큼 재미있긴 했다. 어느샌가 생활밀착형 예능이 전부인데다 나보다 다 잘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봐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보통 '열악함'이라는 단어에서 긍정적 요소를 발견하긴 어렵습니다. 열악함은 곧 곤궁한 현실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열악하다는 것은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낼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유일함'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145쪽

<살림남>이 기존 예능에 비해 제작비가 열약하다는 것을 자주 본 게 아니라서 잘 몰랐다. 어쩌면 자주 안봐서가 아니라 열악함을 유일함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기획할 줄 아는 저자의 능력이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참 좋았던 것은 대책없이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 보아 제대로 볼 줄 아는 힘'을 키워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거였다. 그런 시선으로 나 자신을 봐주면 어떻게 될까. 누구의 말도 아닌 나의 말로 나의 삶을 '살아내는 것'의 가치를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인정할 때 다른 사람들도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수줍은 약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능력을 발휘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87쪽

위 발췌문은 저자의 브런치 소개글에 적힌 문장이다. 예능을 보면서 당연히 웃으며 옆을 돌아볼 때도 있지만 함께 공감하고 훈훈해지다 결국 눈물이 흐를 때도 있는 건 결국 저런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연자들을 이끌어내는 기획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담아낸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읽고 나면 적어도 내 자신만큼은 그렇게 바라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 해를 또 웃으며 시작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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