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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뜀틀, 넘기
  • 박찬희
  • 13,500원 (10%750)
  • 2024-12-27
  • : 233
뜀틀, 넘기

박찬희 작가의 장편소설.
청소년 시절 타인들의 시선과 오해,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좌절속에 성장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체육교사 박원은 남들과 조금 달라도 보통의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의 반 아이들 서바움, 공미숙, 정다솜, 변우혜가 주요 인물이다. 타이틀 <뜀틀, 넘기>는 누구나 다 할 수 것 같은 ‘뜀틀 넘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는 것, 사는 동안 반드시 넘어야 할 것은 ‘뜀틀’ 이 아닌 편견과 좌절, 그리고 포기라는 것을 뜻한다. 바움은 영어학원 원장인 엄마와 항공사 기장인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상당히 풍족하게 성장했다. 공부도 잘했고, 엄마의 영향 덕분인지 이제 겨우 중1 인데 영어로 회화가 어느정도 가능한 수준이다. 딱히 무언가 불만이거나 문제가 될 것이 없어보이지만 가족력으로 인해 왜소증을 앓고 있다. 단순히 키가 작은 정도가 아니라 다리가 자꾸 휘어지고 벌어져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도 불편을 느낄 정도다. 혼혈 그리고 왜소증으로 인해 학교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기에 늘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할 뿐이다. 같은 혼혈이지만 미숙은 아버지가 없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어머니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요즘은 얼굴을 마주할 시간조차 없다. 꼭 연예인이 되려는 건 아니지만 sns에 일상을 공유하며, 긴 다리와 큰 키로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다솜과 우혜는 어릴 적부터 친구다. 고등학생은 되어 사귀는 친구가 평생친구라는 엄마의 말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우혜는 다솜을 좋아한다. 둘은 우정반지를 맞출 정도지만 요즘들어 다솜은 우혜와의 약속을 잊거나 전화도 제대로 안받을 만큼 소원해졌다. 담임인 박원과 함께 미술교과 선생님인 경복과 교감 이선도 주요 인물 중 하나다. 경복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고, 이선은 아이들에겐 어른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두가지 모두가 다 아이들에겐 필요하다.

바움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굳이 찾자면 슬픔이 배어 있다는 걸 박원은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애들하고 다르잖아요. 똑같이 연습하다가는 다칠 위험도 있고, 애들한테 피해주는 것도 싫어요.” 72쪽

조별로 뜀틀을 연습하고 넘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과제가 바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연습만 계속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조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무거운 뜀틀을 나누어 옮기는 것도, 무엇보다 같은 혼혈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는 미숙과 한 조라는 것도 불편했다. 바움이 자신을 찾아올거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박원은 바움에게 뭐라고 해야 할 지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박원에게는 ‘영원이 불가능하다는 체념이 아닌, 그러므로 포기하겠다는 절망이 아닌(72쪽)’ 것을 바움이 깨닫기 바랐다. 학교에서는 조별 연습으로도 충분히 복잡한데 집에서는 엄마의 장애인 서류를 우연히 보게 되어 더 심란해졌다. 분명 자신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던 엄마가 자신을 배신한 것 같았다. 자신과 달리 건강한 동생과도 이제 더이상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바움을 보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떠올랐다. 언니와 계속 놀고 싶은 동생 안나와 비밀을 감추고 피하려는 언니 엘사처럼 마냥 밝기만 한 동생이 바움은 부담스럽다. 바움의 고민이 깊어지듯 미숙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고, 자신을 점점 소홀하게 대하는 우혜는 다솜을 만나기 전 가장 친했던 예지와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깊어져간다.

소설을 읽는 동안 중학교 1학년일 뿐인데도 이렇게 많은 고민과 눈물, 상실 심지어 세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주 오래 전, 내가 그 나이였을 때도 분명 그런 고민들이 있었고, 지금 와 생각해보면 사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것도 아니라서 박원이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뜀틀 과제를 내주었는지 조금씩 납득할 수 있었다. 또 어떻게든 아이들을 품에 두고 지키려했던 교감 이선의 아픈 사연까지, 그야말로 사연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는 것만 같다.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는 커녕 더 상처를 주는 악랄한 존재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부디 그들에게 지지 말고 이 아이들처럼 함께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청소년소설 #차별 #뜀틀넘기 #독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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