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나의 것.
영국은 나의 것
니컬러스 파담시 장편소설
소설의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이란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를 둔 이주민 2세대다. 무슬림 소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이슬람이 서구의 가치관과 양립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가 ‘캔슬’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극우에 가까워진다. - 역자의 말 중에서
데이비드 그리고 하산. 두 사람은 한 사건을 통해 마주한다. 서로에게 별다른 기억이 없었지만 그 이후 하산은 절친들의 말도 안되는 행동을 보고 더 이상 만남을 이어가지 못한다. 피해자였던 데이비드는 그 날의 사건이 절친과 헤어지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날의 사건은 그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소설은 처음부터 무겁게 시작되진 않는다. 그저 대학 입학을 앞에 둔 청소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성장소설처럼 다가왔다. 축구를 좋아하는 하산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전화봉사를 시작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유튜브를 운영하게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했던 전화봉사가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할래해야 할 뿐 아니라 관심없던 크리켓 경기까지 챙겨봐야 했지만 하산의 사고와 움직임은 건강했다. 반면 데이비디는 그 날 이후 자신만의 방식을 찾은 듯 보였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아버지가 사준 게임을 직접 번 돈으로 결제하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 처럼 보였다.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실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의 두 학생들도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게임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온라인 세상도 결국 이 세상과 마찬가지로 어느 때에,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었다.
“내 말 좀 들어봐.” 엄마가 계속해서 말한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너는 아무것도 몰라.
이란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정치적인 거지, 종교적인 게 아니야. 오늘 파리에서 일어난 일도 종교적인 게 아니야. 이슬람은 적이 아니야.259쪽
소설에서는 폐쇄된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논리에만 빠지게 에코 챔버 현상을 보여준다. 가족들도 데이비드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그에게 어떻게든 다른 이야기를 던지려 하지만 데이비드 귀에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안타까운 변화를 보는 것이, 데이비드가 자신의 아버지의 나약해지는 모습을 볼 때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필력에 놀라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분명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누군가는 데이비드의 행동의 실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방법자체를 탓할 지도 모르겠다. 하산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배치한 것, 그러다가 결국 하산과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을 통해 폭력을 폭력으로 응답할 때 결코 그 고리를 끝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데이비드가 몸을 떨었고, 하산은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본 것만 같다. 끔찍했던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브라힘의 오줌을 뒤집어쓴 채 웅크리고 울던 데이비드의 모습이.
하산이 제자리에서 서성인다. 데이비드가 적대적인 것도 이해가 간다.
눈물이 뚜렷해지기 전에, 더 난처하게 만들기 전에 그만 가는 게 좋겠다.
“잘 지내, 친구야.” 410쪽
영국의 이민자 그리고 이슬람과 무슬림을 배경으로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을 우리는 소설 밖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심지어 가족안에서도 그렇다.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영국은 나의 것’이란 제목을 읽기 전에는 와닿지 않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이보다 더 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 만 같다. 오로지 나만이 무언가를 소유하려할 때, 그 외의 다른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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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롤러코스터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rollercoaster__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