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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신의 기쁨을 손으로 거의 매일 적었다면, 어떤 호기심이 들까? 왜 손으로? 아니면 어떤 삶이길래 기쁨이 매일같이 샘 솟을까? 개인적으로 후자에 가까웠는데 자신의 생일날이 출발이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축하가 없더라도 생일이라는 단어 자체에 크게 기뻐하는 편이다보니 자신의 생일 이렇게 깜찍한 챌린지라니 두 번째로 기뻐하는 크리스마스에 도전해보고 싶은 충동이 계속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 흥미로웠던 건 처음 기쁨에 대해 글을 쓰던 5개월 간은 기쁨을 모으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굳이 모으려 하지 않아도 차분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면 글로 옮길 만한 기쁨이란게 계속 찾아온다는 것이다. 또 그럴 것이라는 믿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쁨이 계속 나를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라니, 꽤 근사하지 않은가.
물론 기쁨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진짜 기쁨에 관한 일들만 나열했을거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작가가 누린 기쁨을 배우려고 책을 읽고 싶긴 했었다.) 유색인종에 속한 사람들이라면 (일부)백인들이 가지는 우월성과 인종차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저자는 Negreeting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흑인끼리 나누는 인사는 이곳, 대부분이 흑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가 서로의 무고함에 대해 증인이 되어주는 한 방법, 내가 당신의 무고함을 보고 있다고 전하는 한 방법이다. 38쪽
인종차별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글을 다 포함하더라도 내가 접한 내용 중에서는 이 글이 가장 평화롭게 다가왔다. 그런가하면 별명에 관한 부분도 상당히 좋았는데, (미리 밝혀두자면 평소라면 글의 목차순으로 감상을 남기는 데 이번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쁨의 순서에 준하다보니 뒤죽박죽이다) 내게도 그런 별명이 있었다. 유년시절 학교에서 불리던 변명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 정말 친한 지인들로 부터 불리는 별명이 있는데 저자의 말처럼 별명(서로 합의된)을 주고 받는 사이는 용돈을 주고 받지 않아도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주는 기분이 들어 들을수록 좋을 뿐 아니라 자꾸 그렇게 불러주고 싶어진다. 예전에 한 예능에 출연했던 한 연예인들은 서로가 별명으로 부르다보니 본명마저 헷갈릴 정도라고(이게 에세이 일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지금 갑자기 드는데) 할 정도로 서로에게 충분히 합의되거나 희망하는 별명부르기는 정말 따뜻하다. <기쁨의 책>의 서평을 적는 동안 ‘따뜻’이란 단어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인데 이어지는 따뜻한 시선은 조각상을 포함한 기념작품을 만들 때 인물에게 주어지는 소품이 ‘총 혹은 칼’과 같은 무기가 아니라 ‘책 혹은 꽃’이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이었다. 또 공감이 갔던 말은 ‘모든 아이는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안겨 준다(56쪽)’라는 말이었다. 두려움과 기쁨! 세상에서 아이가 줄 수 있는 기쁨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있다라는 사실이 나를 어제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소중한 것을 잃을까 염려하는 불안과 두려움도 크다.
왠지 뭔가를 요약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것이 “1년에 걸친 프로젝트”였고, 오늘은 일종의 졸업식 혹은 장례식이기 때문이다. (…)
왜 지금 기쁨인가? 성향상 궁금해서요. 혹은 내가 기쁨으로부터 배운 것. 혹은 당치도 않지만, 내 기쁨의 해. 물론 이것들이 나는 쓰지 않을 책들의 썩 괜찮은 제목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요약해서 할 이야기는 없다. 왜냐하면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265쪽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뒤 소중한 누군가의 생일에 한 번은 이 책을 선물하지 않을까 싶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쁨’을 기록하는 동료가 한 명 더 늘어나면 어떨까 하는 바람에서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등장하고, 어느 장례식장의 풍경을 마주할 때도 있었고, 무심히 던진 한 문장일 뿐인데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아픔을 이 순간 겪고 있는 누군가를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도 기쁨인가? 불행한 타인의 삶을 기준 삼아 나의 무탈함을 기뻐하자는 의도가 결코 아니었다. ‘저기 동물이 지나가듯’한 모두에게 주어지는 한정된 삶 속에서 ‘받침없는 에스프레소 잔’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부디 그 기쁨을 많은 이들이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역자 후기마저 기쁨인 책, <기쁨의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