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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대전환
  •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 16,200원 (10%900)
  • 2025-07-28
  • : 3,935
#대전환 #앨러스테어레이놀즈 #sf #sf소설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데메테르호 원정대.

데메테르호의 의사이자 소설을 쓰고 있으며 모르핀의 중독된 듯한 사일러스 코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맨 정신에 초반부를 읽었고, 중간에 통증을 잠재우기 위해 진통제를 먹은 상태로 읽었으며 이제 좀 괜찮아진 상태에서 서평을 적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이 자정을 넘겼으니 SF소설 리뷰를 쓰기에는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열병이었어. 침대에 갇혀서 침실 커튼이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그의 감각을 사로잡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지. 그래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마저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 150쪽

초반에 모르핀을 맞는 사일러스를 보며 최근에 보았던 한 영화 속 모르핀에 중독된 인물이 떠올랐다. 약물에 중독된 상태로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렇게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가정해 본 건 사일러스의 소설이 사실은 픽션이 아닌 저도 모르게 미래에 다가올 일을 기록한 것일까 싶었지만 역시나 이렇게 단순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사일러스를 계속 죽으면서도 여전히 ‘구조물’을 탐험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며, 코실 부인은 그의 죽음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더이상 감추지 않는걸까. 두 번째 사일러스가 죽을 때에는 이런 어설픈 추리를 하느라 흥미로웠고, 이후에는 ‘다음에는 또 어떻게 죽는거야?’라는 의문가 동시에 사일러스가 거듭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코실과는 또 어떤 인연이 감춰져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히어로물에 적격인 라모스와 사일러스가 대화하는 장면이나 그의 용맹함을 볼 때면 카리스마있는 선원 혹은 선장이 등장하는 영화와 소설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역시나 이 소설이 이 여름 밤 아픈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것은 미지의 대상을 향한 공포와 호기심의 줄다리기 였다.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174쪽)

‘그 것.’ 이 단어만으로도 이미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끌고 들어가려고 한다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통증에 지쳐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순간에는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냐고. 스포를 적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적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더 해볼 수 있다. 결말을 아는 것과 별개로 코실이 사일러스에게 ‘해야 할 일을 직시’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죽음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불교의 윤회사상이 떠오르기도 했고, 아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시련이나 고통이 반복될 때는 그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문제는 당신이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당신에게 셀 수 없을 만큼 진실을 보여줬지만, 결국 우리는 항상 이곳으로 돌아오고 말아요.” 238쪽

사일러스가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스포라서 말할 수 없지만 결말을 알고 다시 초반 몇몇 부분을 읽어보니 앞서 했던 말들이 전혀 다른 짐작은 아닌 것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직 출간 된 지 한 계절도 지나지 않은 작품이라 다소 애매하게 서평을 적긴 했지만 최소 사계절이 지난 후에는 다시 적고 싶어졌다. 사일러스가 해야 했던 일들로 인해 코실이나 다른 선원들이 어떻게 존재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나 사일러스가 아닌 다른 인물의 시선에서 다시 해석해보고 싶다. 여러 작품을 떠올리지만 그 어떤 작품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prun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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