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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지난 한 주간 책이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 SNS 피드에 올라온 한 편 한 편을 필사했었다. 영화도 그렇듯 개봉 전 뿌리는 예고편이 전부인 작품들도 있듯, 필사하면서도 좋은 작품은 벌써 다 나온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완성된 책을 펼치면서 느긋하게 읽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저절로 필사가 되었다. 부제가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을 읽기도 전에 체험했던 것이다.
시인이 60대 무렵의 소감을 적었다는 ‘놓아라’의 일부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
우선 네 손에 쥐고 있는 것부터 놓아라
네가 보고 있는 것을 놓고
네가 듣고 있는 것을 놓아라 - 나태주 시인의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중에서
마음이 어지러운 이유는 놓지 못해서다. 어느 한 쪽을 포기하지 못하거나, 해야하는 줄 알면서도 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놓지 못해서인 줄 알면서도 며칠 동안 속이 시끄러웠던 참에 저 시를 마주했으니 절로 필사가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흠집’이란 작품도 정말 좋았는데 평소에 가구나 가방처럼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어도 사용에 큰 지장이 없거나 시간의 차일 뿐 결국 상처가 날 것 같은 경우에는 흠집을 발견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시인처럼 세월의 흔적이 쌓여 ‘나와 정이 들게 되’어서가 아니라 흠집 날까봐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하니 자주 사용하게 되어 익숙해진다.
이렇듯 작품을 읽는 것 자체도 좋지만 시인의 코멘트도 놓치면 아쉬울 정도로 좋은데 ‘기념일’ 작품의 산문에는 ‘하루하루를 기념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보면 어떨까? 라는 제안이 참 따뜻했다. 오늘은 시인의 멋진 시를 필사한 기념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내일은 모처럼 알람없이 눈을 뜬 기념일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 숨쉬는 것 자체가 기념일이기도 하고.
시인의 시집이 벌써 여러 권 있는데도 계속 계속 읽고 싶고 신간을 보면 반가운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기 보다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서 자꾸 읽고 싶고 쓰고 싶었나보다. 좋은 사람, 좋은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픈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