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진짜 재밌다. 누가 읽어도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독은 무리없다. 물론 다 읽었다고 해서 누가 원자가 언제 어떻게 발생했고, 지구는 언제 만들어졌으며, 인간을 이루고 있는 원소의 종류와 갯수는 물론 물리학자와 생화학자, 천문학자 그리고 지질학자들이 어떻게 각자의 분야에서 이를 밝혀낼 수 있었는지, 역사속의 영재들은 얼마나 많고, 1920년대 여성 과학자가 왜 제대로 급여를 받지도 못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못한다. 다만 어떻왜 왜 재미있었는지를 물어보면 적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이야기를 서평으로 적어보겠다.
결국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몸이 저녁 식탁의 음식을 어떻게 우리 몸으로 변환시키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몸의 내부는 얼마나 복잡한지를 정확히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광대하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수는 지구의 모든 사막에 있는 모래알보다도 10억 배나 더 많다. 13쪽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2가지 생각, '인간이 이렇게 대단한 존재야?', '그런데 나는 왜이렇게 하찮은거야!'였다. 왜냐면 이 책은 제목에서, 그리고 저자가 직접 밝힌 그대로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에 관한 책인데 이를 밝혀낸 과학자들의 놀라운 능력과 상대적으로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연구결과에 합당치 못한 대접을 받은 안타까운 과학자들에 대한 연민(누가 누구를)등에 자꾸 마음이 가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어떤 과학자가(혹은 대학원생이)어떤 이론을 발표하면 '끔찍하군'이란 평가를 받다가 긴 시간과 노력끝에 이를 증명해내면 '노벨상 후보가 되거나 수상자가 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이 과정에서 주변사람 모두에게 능력을 인정받는다고해서 반드시 노벨상을 받거나 부와 명예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불공정한 인생이란 건 과학자라고 피해갈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신과 과학을 모두 섬겼던 성직자가 있는가 하면 정권에 의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적당히 아첨을 할 수 있는 처세술에 능한 과학자도 있었고, 물론 양쪽 모두 큰 업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200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빅뱅이론을 부정했던, 그러면서도 큰 기여를 했던 호일의 이야기나 여자라서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던 블라우, 실험실의 긴장감이 텍스트로도 느껴졌던 밀러 그리고 아인슈타인.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먹거야 하는지, 채식의 안정성에 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4부로 뛰어 넘어오면 "불같고 충동적이었던" 유스투스 폰 리비히로부터 시작(291쪽)"해야 한다. 그는 몇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이 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 지방 그리고 탄수화물을 밝혀냈지만 식물성 단백질 그의 엄청난 실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대상이 아니었거나, 관심대상이 아니었던 것에 대한 관심과 연구하려는 시도'가 그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내용이 다 중요하고 재미있지만 여기서 연급하고 싶은 것은 '비타민'에 관한 내용이다.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과연 비타민은 '먹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의 문제다. 역사에서 비타민은 각각 해결하지 못했던 질병(괴혈병, 구루병 등)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해왔지만 현대에서는 질병의 치료가 아닌 예방차원에서 비타민을 선택한다. 이에 대한 답을 저자는 간단명료에게 알려주고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해준다.
'그러나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식물과 박테리아를 통해서 필요한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면 건강식품 매장에서 판매하는 비타민을 더 먹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자칫하면 몸(과 지갑)에 해가 될 수도 있다. 324쪽
까치에서 출간한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세포의 노래'를 먼저 읽었었다. 이 책의 독자라면 지금 읽은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도 맘에 들거란 책소개는 진짜였다. 그동안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지인들의 생일만 챙기며 살아왔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 모든 생일이 있기 위해선 '우주의 생일'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과학과 신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몇 억우리 인간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이 지구가,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이유 중 하나라는 잊지 말아야겠다. 겸그리고 무언가에 의문을 가지는 것, 그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