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성냥을 켜다
  • 스타벅스 일기
  • 권남희
  • 15,300원 (10%850)
  • 2023-11-30
  • : 9,634

2023년 겨울 e-프리퀀시를 모으며, 권남희 

(287쪽)


위의 마지막 문구를 본 독자라면, 어제부터 시작된 스타벅스 e-프리퀀시를 보며 권남희 작가의 <스타벅스 일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게으른 누군가는 어쩌다보니 그 때가 되어 읽었을 수도 있고. 시간이 빨리 가는 줄은 알았지만 1년이 지나 2024년 이 맘때가 되어 읽은 줄은 정말 몰랐다. 책의 내용은 어쩌다보니 스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두 달 후부터 꼬박꼬박 스벅에서 마셨던 음료, 들었던 누군가의 대화 혹은 소소한 일상 등이 담겨져 있다. 무엇보다 스벅 이벤트와 관련된 부분, 추가 별을 증정하는 신메뉴와 관련 된 내용들을 읽을 때는 '이건 그냥 내 얘기가 아닌 내가 쓴 일기다' 싶을 정도다. '스벅은 초록이지!' 이건 정말 정설이었다.


가방을 열다 텀블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아찔함은 교과서를 빼먹고 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22쪽


스벅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별'에 민감하다. 지난 10월은 프리퀀시 행사를 앞두고 거의 매주 추가별 증정 행사가 있었다. 주말 오후 케이크 주문시, 신메뉴 주문시 등 매일 스벅을 다녀왔다는 후기가 카페에 올라왔지만 프리퀀시 행사 때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 염려되는 상황이라 겨우겨우 참아냈다. 그나마 나이들어 들어간 대학원 덕에 받았던 학생 쿠폰이 있어 견뎠던 것 같다. 저자는 일을 하러 스벅을 간다지만 나는 일터 바로 옆 건물이 스벅이라 주말마다 매일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직원분들도 주말 이른 시간에 부스스한 머리로 본 게임 전 스벅에 먼저 출근하는 것을 아는 눈치다. 그래서 가급적 시간이 부족할 때라도 인근의 다른 매장을 이용하려고 애쓰는데 그 부분이 저자분이랑 비슷해서 웃음이 났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은 나이마다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다. ‘지금은 세상에서 부모가 가장 좋은 시기여서 이렇게 달라붙는구나’ ‘지금은 부모보다 친구가 좋은 시기여서 관심이 없구나’ ‘이유 없이 부모가 싫은 시기여서 차갑구나’. 그 당시에 깨달았더라면 자식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 테지만, 삶이란 라이브여서 되돌릴 수도 없고, NG 내고 다시 할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 128-129쪽


전공이 아동학이다보니 실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양육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위의 발췌문과 달리 조금 알고 시작하는 부분도 있지만 연애와 육아의 공통점이랄까. 아무리 연구하고 공부해도 '실전'에서는 초보자랑 다를바가 없다. 그래도 전혀 몰랐을 때 보다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엄마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나름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하고 있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등장할 때 마다 '남의 아이'들에게는 나도 저자처럼 여유있게 다가갈 수 있는데 정작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못할 때가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아, 그 북새통 스벅에서도 노트북 들고 와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분들이 부러웠다. 나도 한 달만 바닷가 스타벅스에서 일해봤으면 좋겠다. 207쪽


저자가 다녀간 스타벅스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 근처에 사는 지인이 있어 한 달 정도 정말 아침마다 운동 삼아 걷거나 달려서 오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결혼 전이라 시간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당연 휴가도 내 맘대로 낼 수 있었던 때라 가능했었는데 막상 그럴 수 있을 때는 운동 후 씻는 것도 그렇고 노트북을 백팩에 넣어 다니기도 불편해서 그냥 되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정작 해운대 스벅을 방문해서 커피를 마셨던 건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지인을 방문하러 갔을 때였다. 파도를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그때가 아마 저자가 딸과 함께 나고야 스벅에서 감탄하며 마셨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벅의 골드 카드를 받은지 10여년이 지났다. 함께 공부하던 팀원 중 한 사람이 선물받았다며 꺼낸 플래너를 보고 바로 그 해 겨울 부터 크리스마스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스벅만의 분위기'가 좋아 다니다보니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쩌다보니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와 남편과 살고 있어 여전히 스벅은 혼자만의 공간이다. (그래서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기도^^) 덕분에 혼자 스벅에 앉아 작업을 하며 겪게 되는 불편함과 소소한 즐거움등을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의 바람대로 부디 전국의 스벅 일지 혹은 전세계를 두루 다니는 스벅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나도 해외에 갈 때마다 들렸던 스벅이야기를 함께 풀어놓고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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