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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나로 사는 걸 깜박했어요
  • 홍성남
  • 11,700원 (10%650)
  • 2018-04-25
  • : 552
홍성남 신부님의 ‘나로 사는 걸 깜박했어요‘의 부제는 ‘루카 복음서에서 찾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힘‘이라고 적혀 있다. 더위가 끝이 없을 것 같던 시절도 지나고 이제 새 플래너를 장만하는 요즘,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차분하게 주님안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기에 부끄럽지만 지난 날, 내가 ‘나로 사는 걸 깜박‘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는지 고백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신앙생활은 우리 자신에게 아픈 곳이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58쪽

우리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부터가 신앙의 시작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죄인을 부르러 오셨고, 아픈사람을 치유하러 오셨기 때문이다. 교회안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의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님의 초대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으로 보자면 죄인이자 병자인 스스로를 외면하는 것은 주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바로 ‘죄인‘인 것을 인정하다 못해 겸손을 넘어 자기학대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아픈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데 오히려 스스로 상처를 내고 있지 있을 때가 있다. 이런 마음 상태로는 비슷한 행동을 하는 이웃의 잘못에 더 크게 분노하게 되고 더 많은 잣대로 자신과 이웃을 죄에 가두게 된다.

자신이 크게 변화하리라고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71쪽

위의 상태에 빠져 있다가 다행히 신부님의 강론이나 피정 혹은 독서나 강연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즉시 성령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듯 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한동안은 평일 미사에도 빠지지 않고 영성체하며 하루에 3시간 이상 가족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무리함은 지속하기가 쉽지 않고 다시 자기비하와 학대로 까지 이어졌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성령‘의 힘이라면 못할 것이 없는데 내 믿음이 부족하다며 감사하는 마음이 아닌 스스로를 원망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내 마음이 꼭 그랬다. 좋은 강론과 도서를 읽으면서 왜 이전의 상태로 자꾸 되돌아가는지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내 안의 문제아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감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75쪽

감사일기가 한창 유행했을 때 직접 적어도 보고 관련 책도 읽고, 유명 대학 연구기관에서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실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변화된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야.‘라며 오히려 외면해왔음을 깨달았다. 감사한 일 3가지를 매일 기록하는 훈련을 다시 시작할 때가 온 것이다.

성인은 주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항상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죄를 많이 짓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과 사람들이 자신을 많이 용서해 주고 있음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지요. 91쪽

긴 시간 봉사활동을 해오면서도 뿌듯한 마음보다는 늘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위와 같은 마음 상태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기쁠 수 없었을 것이다. ‘묵상 시간‘코너에 적혀 있던 ‘어딘가 불편한 심정으로 하고 있나요?‘(95쪽) 문장을 보며 짧지 않은 묵상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약한 마음의 방에 단 한 분을 모셔야 한다면 누구일까. 다름아닌 하느님, 그 분의 자리를 내어드린다면 신부님의 말처럼 비로소 삶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죄인인 것을 인정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까지 깨달았을 뿐 아니라 이를 방해하는 것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 ‘감사일기‘ 쓰기를 시작했고, 잊고 있던 내 마음의 방에 그분의 자리를 내어드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내 문제를 인식하고 주님께 기도하면, 주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 주셔서 내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240쪽

사제가 된지 만으로 60년이 지난 한 신부님께서 강론중에 ˝이웃을 도와주는 것 뿐 아니라 이웃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는 그 말씀의 뜻이 확 와닿지 않았었다. 헌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위의 발췌문을 보고서야 ‘이렇듯 내게 필요한 책을 보내주셨구나!‘하고 감사할 수 있었다. 이 서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마음, 나의 신앙 생활‘에서 얻어진 감상을 고백했다. 그러니 부디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고, 무언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직접 이 책을 읽으며 귀한 묵상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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