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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우리는 익숙해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톨스토이가 말년에 남긴 문답 중에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과 ”바로 옆의 사람“이라는 답변이 있다. 우리는 소중한 옆의 사람을 계속 소중한 사람으로 대할까?

-홍세화, ’결: 거칢에 대하여‘ 179쪽

지난 한 주는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대학원 과제와 시험이 연달아 있었고, 학교수업 외 듣는 강의에서 발표도 했다. 또 새로운 전시 도슨트 활동도 있었다.

아, 그리고 오랜만에 면접도 다녀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가 매일 등원을 해주었고,

가족 누구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약간의 불편함에 불평도 했다. 그래도,

힘들어 죽겠네.

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었으나 이번 주는 한 번도 내뱉지 않았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 정도의 지각은 다행히 남아있었다.













16일 전후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안타깝게 세상을 먼저 간 이들을 추모했고, 18일 홍세화 님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이와 관련 해 아무 글도 적을 수가 없었다. 위에 나열한 것처럼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날씨가 흐려 안 그래도 처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야 했으니까. 아이와 더 열심히 놀았고, 30분의 여유도 없으면서 상설전시장을 다녀왔고, 좋아하는 시집의 기념식도 환승하는 틈을 타 다녀왔다. 굳이 그렇게 무리를 해야하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이게 내가 견뎌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는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숨차게 뛰어 약속시간에 도착해야 하더라도 혼자서 일어설 수 없었던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것이다. 두 다리로 뛰어다닐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못이뤄본 사람도 그럴테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겨우 탄 지하철을 어쩔 수 없이 다음 정차역에서 내려 시계를 거듭 바라보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아닌 감사한 일.

누구몫까지 산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나처럼 내 몫마저 잘 살아내는 게 아닌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바람이 있다면 내게 주어진 모든 생을 잘 살아내길.

#기록 #추모 #봄비 #기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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