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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켜다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 12,420원 (10%690)
  • 2023-11-27
  • : 196,710
#독서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들,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119쪽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의 배로강 인근 마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모두 모여 광장에 트리를 설치하고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굽고 자녀들에게 나누어줄 선물을 ’산타에게 쓰는 편지‘라는 깜찍한 눈속임으로 미리 알아 준비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메리 크리스마스‘일 것 같은 분위기다. 가난한 미혼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자비로운 중년 여성을 만나 그나마 굶지 않으며 성장한 펄롱은 맘에 드는 여성 아일린과 혼인하여 다섯명의 딸들과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주일을 제외한 모든 날을 일하며 보내면서도 빚이 없고 대척하는 사람없이 무탈한 것이 자부심이자 삶의 유일한 목적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는 잘 알려진 것처럼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고 펄롱의 주요 거래처중에 수녀원도 포함되어 있다. 수녀원에서는 고아부터 미혼모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돌봐주고 표면적으로는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소의 평판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펄롱의 딸들도 직간접적으로 교단과 관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래량이 너무 많아 주일까지 배달을 나가야 했던 펄롱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감금과 폭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전부 허구이지만 동명의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 소설중에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 드라마 <블라인드>를 본 사람이라면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일랜드(소설 속에서 삼종기도와 관련된 장면이 등장하는 데 몇년 전 여행중에 들려오던 종소리를 영상으로 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도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라길래 크리스마스에 읽으려고 구입했던 책이었다. 다만 이 역자의 말처럼 클레어 키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고발하고 상기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펄롱이라는 기독교인을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실천해야 할 태도를 알려준다. 지난 주 재의 수요일(올해 2024년도는 2월 14일)부터 기독교는 사순시기가 시작되었다. 이마에 재를 바르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단식과 기도 그리고 자선을 행하는 시기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사순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느님은 성경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사야서 58, 6

종교를 무기로 학대와 폭력을 행하는 일들은 너무 잦고 커져가는 데 펄롱 처럼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은 많지 않다. 펄롱이 자신의 모자를 거두어 준 미시즈 윌슨의 삶을 보고 용기를 낸 것처럼, 내 아이가 보고 배울 대상이 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새해가 되어 아이에게 ’동전‘의 쓰임과 ’저금‘이라는 말을 알려주며 저금통 두 개를 선물했다. 한 개는 이웃을 위한 저금통, 다른 하나는 아이가 사고 싶은(장난감^^;) 것을 살 수 있는 저금통. 아이가 어느 쪽에 넣는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똑같이 두 개의 저금통을 둔 나의 모습을 잘 따라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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