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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i's RELAX zone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상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슬픈 표정으로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련한 장인이 된다. 나는 죽음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죽음을 다루는 비결이라고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것이 법칙이다.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면 안된다.
하지만 나의 이 법칙은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형사 두 명이 나를 찾아 와서 션의 소식을 알려주었을 때, 차갑게 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순식간에 나를 휩쓸었다. 마치 내가 수족관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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