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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해피해피해  2015/04/27 01:21

보슈는 이 도시의 밤을 사랑했다. 밤은 도시의 유감스러운 점을 많이 가려주었다. 밤은 도시를 침묵에 잠기게 했지만 저 깊은 곳에 흐르는 불온한 암류를 표면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깊은 암류 속에서 움직일 때가 가장 편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일 때가 가장 편안했다. 리무진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밖을 잘 볼 수 있었지만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푸른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어둠 속에서 삶과 죽음은 무작위로 사람들을 골라잡았다.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양했다. 죽음의 방식 역시 그랬다. 누구라도 영화사의 검은색 리무진 뒷좌석에 탈 수 있었고, 누구라도 법의국의 푸른색 밴 뒷자리에 실릴 수 있었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었고, 어둠 속의 귀 옆을 스쳐가는 탄환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어떤 운명이 누구에게 닥칠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LA였다.
가스폭발 화재도 일어났고 집중호우와 지진, 산사태도 있었다. 주행 중인 차량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인간도 있었고 마약에 취해 절도행각을 벌이는 인간도 있었다. 음주운전자도 있었고 구부러진 길도 있었다. 살인 경찰도 있었고 경찰 살인범도 있었다. 나와 잠을 잔 여자의 남편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밤의 매 순간마다 어딘가에선 강간을 당하고 폭행을 당해 불구가 되고 살해당하고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도 있었다. 그리고, 때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도 있었다.
어딘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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