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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i's RELAX zone
  • 블랙 에코
  • 마이클 코넬리
  • 17,820원 (10%990)
  • 2015-01-30
  • : 562
다 읽고 나면 이해되는 표지그림.
흰 커버 이전의 어두운 커버가 책에는 더 어울리는 듯.
난 아무래도 해리 보슈 시리즈를 다 읽어야 할 것 같다.
석양이 하늘을 분홍색과 오렌지색으로 달궜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수영복과 똑같이 밝은 색이었다. 보슈는 할리우드 프리웨이에서 집을 향해 북쪽으로 차를 몰면서 아름다운 속임수라는 생각을 했다. 석양의 색깔이 그토록 눈부신 건 스모그 때문이라는 걸 석양이 잊게 만들어 버리는 것. 아름다운 그림 뒤에 추억한 사연이 숨어 있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했다.
"자료 몇 장 읽어보고 날 잘 안다고 한 겁니까? 요원은 날 모릅니다. 도대체 뭘 안다는 겁니까?"
"전 형사님을 모릅니다. 형사님에 대해 알 뿐이죠." 위시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형사님은 제도권 안의 인물입니다. 평생 동안 그랬어요. 청소년 쉼터, 임시 가정 전전, 군대, 그 다음에는 경찰. 제도와 체제 밖으로 나가신 적이 없습니다. 결함이 많은 사회적 제도와 체제를 차례로 옮겨 다니며 겪으셨죠."
위시는 물을 몇 모금 마신 뒤 이야기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하는 눈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히에로니머스 보슈•••. 형사님 어머니가 형사님에게 주신 건 500년 전에 죽은 화가의 이름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사님이 지금까지 목격하신 것들에 비하면, 그 화가가 그린 꿈 속의 기괴한 광경은 디즈니랜드 수준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형사님 어머니는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형사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형사님은 임시가정과 청소년 쉼터를 전전하며 자랐습니다. 그 시기를 간신히 거친 다음에는 베트남에서 또 생존을 위해 투쟁했고, 그다음에는 경찰국에서 같은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모든 걸 이기고 살아 남으셨죠. 하지만 형사님은 제도권 내부의 일을 하면서도 사실은 아웃사이더입니다. 본청 강력계까지 올라가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건들을 다루셨지만, 처음부터 형사님은 아웃사이더였습니다. 형사님이 자기만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결국 그 사람들이 형사님을 쫓아버린 겁니다."
그녀는 잔을 비웠다. 보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막을 기회를 주려는 것 같았지만, 보슈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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