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eunmibooks 2023/03/1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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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확인 홀
- 김유원
- 13,500원 (10%↓
750) - 2023-03-06
: 175
"삶에 단단히 박음질된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삶과의 연결이 위태로운 사람도 있다" - 작가의 말에서 -
소설은 희영이 '블랙홀'이라는 의문의 쪽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블랙홀은 희영이 학창시절부터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실수로라도 꺼내지 않던 사건이었고 희영을 필두로 시작된 이야기는 주변 인물들로 화자를 바꿔가며 각자가 품고 있던 마음속의 구멍을 풀어놓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추리장르 같지만 그보다 이 소설은 내면의 상처와 상실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경남 은수리 마을,
날마다 붙어다니던 삼총사 희영, 은정, 필희는 필희의 엄마와 은정의 아버지가 눈이 맞아 사라진뒤 바로 해체되었다.
희영에게 할말이 있다며 저수지로 불러낸 필희는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희영이 무심코 던진 돌은 공중에서 부서지며 까만 구멍으로 먼지처럼 빨려들어간다.
정체불명 미확인 홀,
그리고 다음 날 필희가 사라졌다.
이 날 이후 희영은 사라지지 않는 자책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시선으로만 단정하지 않는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어린 시절 상처 등 누구나 자신만의 구멍을 품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블랙홀에 매몰되어 버린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독자인 나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정체불명 미확인 홀은 알 수 없는 공간에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살다보면 누구나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절망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또 아주 가벼운 사건 하나로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 않나.
이와 동일한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은 쉽게 잃히면서도 등장인물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자신만의 블랙홀에 함몰되지 말고 이 소설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기를.
3월.
새 잎도 돋아나고 꽃도 피우는 계절😊
*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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