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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의 이야기
  • 안녕, 내 모든 것
  • 정이현
  • 10,800원 (10%600)
  • 2013-07-05
  • : 1,628

책을 덮는다. 17살, 그런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빛나지 않았지만 햇빛이 비췄으며 청아한 바람만이 불어오지는 않았지만 소나기의 즐거움도 여름 바람의 열기도 겨울 바람의 시림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좋았던 내 17살. 그런데 그 시절의 나는 전혀 생각나지도 않을만큼 세미, 준모, 지혜의 17살만이 나를 가득 채워 넣는다. 가득 채웠음에도 가슴이 시리다. 1994년 그 시절의 냉기가 가슴에 스미듯이......

 

 17살. 그 시절의 아이들은 다 비슷한 줄 알았다, 나처럼. 준모도 세미도 지혜도 나와 같은 17살을 보냈을거라고 바랐는지도 모를 일. 상처의 깊이는 저마다 다 다름에도 '나'의 상처의 깊이는 누군가의 상처의 깊이보다 항상 조금 더 깊었다는 생각이 든다.  준모의 이야기를 들을 땐 준모의 상처가 세미의 이야기를 들을 땐 세미의 상처가 가장 깊었다. 17살 그 시절의 내 상처도 깊었던 것일까?

 

 힘이 들었다. 17살에는 나를 사랑하는 일이. 내 구멍이 너무나 커서 누가 들여다볼까 전전긍긍하기도 했고 내가 짊어진 짐의 크기가 무거워서 허리가 굽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17살이기에 나를 사랑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친구를 사랑하게 되는 17살. 나보다 내 친구가 더 빛난다고 믿었으며 한번쯤은 내 부모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고 믿었을지도 모르는 나이가 17살이 아닐까? 이 책속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아프다. 저마다의 아픔을 감싸안아주는 친구가 있기에 스스로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툭툭 내뱉어준다. 그 내뱉음 끝에 피가 나서 책을 읽는동안 순간 순간 흠칫 하고 놀라는 건 독자인 나의 몫이다. 선홍빛 핏빛에도 그들은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17살이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책을 읽다 덮으며 책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리는 것도 나의 몫...세미야......세미야......, 준모야......준모야...... .

 

 " 사무쳐도, 아파도. 다 흘려보내요. 내 것이 아닌 듯, 그러면 꺾어지도 밟히지도 않을 거예요."

                                                                                            -p. 88

 흘려보내라니. 이 구절을 읽는 순간 가슴이 울컥한다. 청춘이라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를 절대 놓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17살은 청춘이 되기 전 미리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주머니에 담아놓고 훗날 힘든 시절 꺼내볼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 시절이 아니었나. 17살 아이에게 다 흘려 보내라는 말에 눈물방울이 흐를 것 같아 숨을 몰아쉰다. 그럴 수 있다면 어른처럼 생각할 줄 알았다면 덜 힘들었을까, 아이들은? 어른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쉬이 얻어진 것이 아니었구나. 아픔들이 모이고 슬픔들이 흘러서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아이들이 말해준다.

 

소설은 희망을 말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지금도 나는 소설은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희망을 꿈꾸는 것이 더 절망스러울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책 속 인물들의 물음에 벙어리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참 좋다. 아파서 좋고 아련해서 좋고 속상해서 좋고 슬퍼서 좋고 아무런 희망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푸른 하늘을 떠 올리게 해서 좋다. 오랜만에 읽을 맛나게 책을 읽은 기분이다.

 

 덧 붙이기.

 책을 덮고 제목을 보니 '안녕, 내 모든 것' 이다. 부디 그들의 앞으로의 인생에 자신들의 모든 것이 17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길 바라본다. 그러기엔 그들의 17살이 너무 아프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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