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티티새의 이야기
  •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12,600원 (10%700)
  • 2011-06-20
  • : 34,491
비가 내린다. 초록비가 내릴 듯한 책을 덮은 후에 책 표지가 너무 예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풍선을 손에 쥐고 있을 것만 같은 아름이가 떠 올라서 그 아이가 풍선을 들고 트램펄린에서 통~통하고 뛰어오를 것만 같아 풍선 아래를 보려고 애쓰는 내가 보인다. 17살 젊은 아름이의 얼굴을 그리려다 80세 노인의 얼굴을 그려본다. 80세 노인의 얼굴과 80세 노인보다 더 작은 몸을 한 아이가 웃으며 트램펄린을 통통 박차고 날아오른다, 가볍게, 가볍게. 그 아이가 어떤 얼굴을 하든 아이는 예쁘다. 맑고 투명하며 가볍다, 아이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조금만 더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길 얼마나 바래왔던가. 그녀의 단편은 읽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다 끝나버린 이야기를 기다리고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장편소설이 나왔을 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얼마나 나를 두근거리고 가슴이 아리게 만들까. 두근두근... 풍선 속에는 어떤 설렘으로 가득할까란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었는데 프롤로그에서 가슴이 아릿하다. 책 소개를 읽지 않고 작가를 좋아하면 무조건 읽고 보는 내 취향에 표지와 제목만으로 내용을 미리 짐작하고 만 것. 프롤로그를 읽고 겁이 난다. 너무 많이 슬퍼지면 어쩌나하고....



슬플 것이라는 걱정은 책장을 넘길수록 사라져갔다. 아픈 사람은 삶조차 아파야한다고 한 적 없는데 왜 이 이야기가 슬프기만 할 것이라고 걱정했을까. 아름이를 낳았을 때 엄마와 아빠의 나이는 17살. 무척이나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나은 아름이 부모님과 남들보다 몸의 속도가 매우 빨리 자라는 아름이는 지금 딱 17살이다. 부모가 자신을 낳았을 때와 같은 푸르른 17살. 아름이의 17살을 보고 사람들은 기적이라 놀라고 감탄한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산 것이 기적이라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 중 열일곱을 넘긴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내가 보기에 기적은 내 눈앞의 두 분,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외삼촌과 외숙모였다. 이웃 아주머니와 아저씨였다. 한여름과 한겨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p47



책은 아름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아름이는 할말은 하고사는 똑 뿌러지는 아이이다. 책이 얼마나 유쾌한지 책을 읽다말고 박장대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를 보며 동료 선생님이 그 책 다 읽고 빌려달라 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책에 눈길을 주며 아름이가 보여주는 세상에 이야기에 귀를 눈을 기울이다 생각한다. 이 책이 재미있는게 괜찮은 것인가. 아니다, 책이 내내 슬펐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억지 슬픔은 싫다. 책은 우리네 삶 속에 스며든 기쁨과 슬픔을 닮았다. 아픈 사람이 내 가족이어도 웃으며 살지 않던가. 아픈 것으로 인해 삶이 더 많이 아파서는 안될 일이다. 그건 아픈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닐 것이다. 그가 아플 것을 알지만 아픈 사람으로 대하게 되면 삶은 한없이 우울해질지도 모를 일. 그러기에 난 아름이의 밝음이 좋다. 주름진 얼굴을 안타깝지만 혀를 차며 동정하고 싶지는 않다.



책은 희망을 노래한다. 어느 책이든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 책은 드물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삶이 가장 슬프고 억울할 것만 같은 아름이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