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얼리어답터라고 할 수 없는 입장에서, 처음 접해 본 디지털 디스크라는 매체에 대한 소박하고 개인적인 리뷰. 재생기기와 음반을 겸한다는 점이 우선 신기했고, 사용해 본 결과 상당히 안정적인 듯해 만족했다. 물건을 유난히 잘 떨어뜨리는 편이라, (CD의 경우 스페어 케이스가 3개 정도는 있어 줘야 하고, MP3 플레이어를 구입할 때도 하드 디스크형은 큰 용량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절대 피했다) 가벼우면서 단단한 재질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음질의 경우에도, CD에 비해 떨어진다지만 아주 예민한 청자가 아니라면 특별히 감지하지 못할 정도다. 아쉬운 점을 들자면, 일단 홀드 버튼이 없다는 것. 그리고 재생 중에 불이 들어오는 등의 표시가 없어 현재 ON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것. AAA 사이즈의 건전지로 구동하는데, 깜박 무신경했다가는 배터리가 금세 소진될 수 있겠다 싶었다.
MP3 플레이어가 CD에 비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점은 CD를 구입할 만한 열의가 있는 음악팬과,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청자들 사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CD를 구입하고서도 번거롭고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굳이 MP3로 코딩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음반업계로서는 불행하게도 ‘CD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작용할 테고. 디지털 디스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미디어라는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다는 점은 전자에 대한, 잘 알려진 대로 불법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은 후자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 더해, 음원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고 사용자 스스로 저장과 삭제가 가능한 디지털 음원만이 가진 즐거움은 어쩔 수 없이 닫혀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해당 뮤지션의 팬이나, 한 앨범을 진득하게 듣는 청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앞뒷면을 씹어 먹듯 듣고 또 듣던 그 때는, 음악이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중했었다. CD의 스킵 기능을 알게 된 이후, 하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클릭 한 번으로 지워버릴 수 있는 디지털 음원을 주로 이용하게 된 지금, 음악은 간편한 소모품이 되었다. 더 많은 선택지가 열려 있지만, 엄밀히 생각할 때 그도 축복만은 아닌 것이다. 궤변일 수 있으나 디지털 디스크의 심플함은, 기능이 아닌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장점일 수 있다.
일단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재생기기를 겸하고 있으므로 음반으로서는 비싼 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이 점을 해결하는 것이 대중적인 보급에 있어 시급하다. 그 외, 저작권 보호라는 공급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데서 더 나아가, 사용자의 편의 혹은 즐거움을 고려하여 보완해 나간다면 가능성이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덧붙여 소프트웨어 면에서 본다면, 신화 8집은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깔끔하다는 느낌. 다만 임팩트는 그만큼 적다. 일단 타이틀곡인 Once In a Lifetime에 대한 느낌부터가 ‘월드컵이 원수...’라는 거였으니까.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나쁘지 않지만, You know, 신화까지 이런 노래를 할 필요가 있는가? 착하고 따분한 노래.
명백한 신화의 낙인을 과시하고 있는 Your Man(그렇다. ‘맨’이다) 같은 곡이나 Highway Star, Throw My Fist 라는 흥겨운 트랙들,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옛 노래들을 떠올리게 하는 Midnight Girl 같은 예쁘장한 곡들이 무리 없이 상쾌하게 귀로 파고 들었다. 그러나 신화 최대의 명곡으로 꼽고 싶은 Wild Eyes나 Perfect Man 등에 필적할 매력적인 곡은 찾을 수 없다. 오빠들이여, 때는 여름이다. 야성으로 돌아가시길. 앨범으로서 볼 때 열혈 팬이라면 아쉬울, 보통의 청자라면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완성도라고 신화 8집을 요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