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나귀님 나귀님 나귀님


바깥양반이 암베드카르 이야기를 하기에 저서 한 권, 전기 두 권, 만화 한 권을 꺼내 주었더니, 예상대로 그중 가장 얇고 만만해 보이는 <버려진 자들의 영웅>만 집어든다. '다른' 출판사의 만화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데, 한때 알라딘에서 정가 인하로 염가 판매할 때 구입했던 물건이다. 지금도 파나 검색해 보니 이미 절판되어서 악성 재고 취급을 받는 모양이다.


내용은 좋지만 그림이 영 낯설어서 나귀님도 읽고 나서는 버릴까 말까 고민스러웠던 책인데, 이번에는 어쩐지 예전에 구입한 <나무들의 밤>이라는 책이 떠올라서 꺼내 보았더니만, 두 권 모두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책이었다. <버려진 자들의 영웅>에서 그림을 담당한 '두르가바이 브얌'이 <나무들의 밤>에도 '두르가 바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본명은 '두르가 바이'(Durga Bai)이고, 나중에는 <버려진 자들의 영웅>을 함께 그린 '수바시 브얌'(Subhash Vyam)과 결혼해서 '두르가 바이 브얌'(Durga Bai Vyam)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한쪽은 '두르가 바이'로 표기하고, 또 한쪽은 '두르가바이 브얌'으로 표기하니, 알라딘에서는 같은 사람으로 등록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무들의 밤>은 두르가 바이의 출신 부족인 인도 곤드족의 전통 그림 기법을 이용해서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라서 책값도 '싯가'로 받는다. 즉 쇄당 2,000부씩 한정본으로 번호를 매겨 제작하며, 이후 물가 상승율(?)을 반영해서 가격이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귀님이 가진 3쇄본은 정가 41,000원인데, 현재 5쇄본은 45,000원으로 가격이 더 올랐다.


<버려진 자들의 영웅>도 곤드족의 전통 그림 기법을 이용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만화의 그림체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니 영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인물 묘사 등에서는 일반적인 만화 그림체를 따르고 배경이나 장식에서만 전통 그림체를 섞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나무들의 밤>의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하지만.


'다른' 출판사의 만화 시리즈는 동명 애니메이션을 만화로 재구성한 <바시르와 왈츠를>부터 시작해서 에릭 드루커의 <대홍수>까지 제법 흥미로운 작품들을 여럿 간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판매 부진 때문인지 한동안 재정가도서로 떨이 판매를 했었고, 지금은 어느 헌책방마다 몇 권씩 쌓여 있어서 권당 1천 원짜리 악성 재고 취급을 받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바깥양반이 새삼스레 암베드카르를 뒤적인 까닭은 얼마 전 번역된 아룬다티 로이의 <박사와 성자> 때문이다. 간디라면 '성자'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꽤나 노회한 인물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고 알고 있다. <간디와 맞선 사람들>이라는 책에 그런 사정이 잘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암베드카르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나저나 이 책은 또 어디 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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