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바빠서 잘 들르지 못하던 알라딘에서 2025년 '서재의 달인'을 선정했다는 사실을 지난 주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귀님도 선정되긴 했는데, 문제는 지금껏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메일이나 문자로도 통보받지 못했고, 툭하면 장바구니 담은 상품이나 적립금이 삭제될 예정이라며 호들갑인 알라딘 앱 알림으로도 역시나 통보받지 못했다.
혹시 이메일로 보냈는데 나귀님이 무심코 넘겼나 싶어 받은메일함을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고, 휴지통이나 스팸메일함으로 자동 분류되었나 싶어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나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와중에 '이달의 마이페이퍼 당첨' 공지나 '개인정보 이용내역' 공지는 멀쩡하게 들어와 있으니, 아무래도 나귀님 쪽에서 뭘 잘못해서 못 받은 것은 아닌 듯하다.
이러다 보니 '서재의 달인'에게 주는 기념품도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이건 선정자가 알라딘의 안내에 따라서 '기념품 받을 주소'를 별도로 입력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12월 21일까지 신청해야 한다던데, 나귀님은 그 다음날인 22일에 가서야 정말 우연히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미 버스 떠난 정류장에 혼자 남은 셈이었다.
이왕 '서재의 달인'을 선정하려면 제대로 통보라도 하든가, 또 기념품을 주려면 평소 알라딘 상품을 배송받던 바로 그 주소로 그냥 보내든가 하지, 애초부터 통보도 제대로 안 하고 마감 기한까지 정해서 "해당일까지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경우, 당첨이 취소되어 발송 대상에서 제외되며 발송이 불가능합니다"라는 조건까지 걸어 놓은 것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예전에는 이런 번거로운 주소 입력 없이도 각종 기념품과 사은품이 잘만 배송되었다. 심지어 때로는 왜 주는지 알 수도 없는 선물이 날아오는 바람에 오히려 번거로웠을 정도인데, 초기의 '알라딘 굿즈' 가운데 하나인 텀블러가 그러했다. 너무 많이 만들어 처치곤란이었는지, 나중에는 책만 사면 무조건 넣어줘서 나귀님도 열댓 개쯤을 받았다.
물론 알라딘 굿즈가 대부분 그러하듯 실용성 따위는 완전 결여한 물건이어서, 바깥양반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남아 있는 몇 개를 실제로 써 보았더니, 플라스틱 뚜껑이 완전 밀봉되지는 않아서 내용물이 새어나오기 일쑤였고, 테두리도 쉽게 갈라져 오래 못 쓰고 금세 버리고 말았다. 벽장을 살펴보니 아직 세 개나 남아있는데, 이건 또 어떻게 치우나 싶다.
이보다 더 꼴불견인 사은품도 있다. 역시나 초창기 알라딘 굿즈인데, 엉성하기 짝이 없는 투명 플라스틱 물병에다가 알파벳으로 'BORGES'라고 적어 놓고 '보르헤스 물병'이라고 우긴 것이어서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지금은 이보다 더 발전해서 책 표지나 각종 그림까지도 활용하는 듯하지만, '예쁜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본질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듯하다.
물론 알라딘 기념품 중에도 자체 제작 굿즈까진 아닌 물건은 쓸만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노란색 배트맨 마크 머그컵이라든지, 블루투스 미니 키보드가 그러해서 상당히 유용하게 써먹었고 아직 잘 갖고 있다. 물론 양쪽 모두 왜 받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때에만 해도 알라딘에서는 별도의 신청 과정 없이도 기념품을 알아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번 '서재의 달인' 기념품도 결국에는 어찌어찌 오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해 보기도 했다. 말로는 신청하지 않으면 안 준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그래도 애초에 선정자 몫으로 배정된 수량이 있을 터이니,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창고에 도로 넣기 귀찮아서라도 결국 알라딘에서 연락을 해 오거나, 알아서 발송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하지만 다른 '서재의 달인' 선정자들은 기념품을 받았다는 인증 글을 줄줄이 올린 것으로 보아 배송도 끝난 듯하니, 결국 나귀님 몫은 영영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음 주에 갑자기 '퇴사자가 착오로 알라딘 에코백에 넣어 청계천에 갖다 버린 나귀님 사은품'이 발견되었다며 물에 젖은 다이어리와 캘린더가 뒤늦게 날아올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 그런데 과거 머그컵과 블루투스 키보드 같은 유용한 기념품까지 받아 본 나귀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기념품인 다이어리와 캘린더는 솔직히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평소 그런 물건을 쓰지 않는 나귀님이나 바깥양반에겐 누가 선물로 줘도 솔직히 처치곤란 상황이니, 차라리 이번에 기념품을 신청하지 못해 받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르겠다. 심지어 알라딘에서는 '서재의 달인'과 '북플의 달인' 동시 선정자에게도 달랑 한 가지 기념품만 보내는 인색한 태도를 드러냈고, 축하 카드를 동봉하지 않고 별도 배송하는 바람에 선물 상자는 두 개인데 막상 열어보니 하나는 공갈이라서 사람 황당하고 기분 나쁘게 만드는 멍청한 실수까지 저질렀다고 전한다. 이쯤 되면 나귀님처럼 애초부터 '서재의 달인' 선정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이야 애교 수준이라고 해야 할 법하니, 이래저래 인심을 쓰려다 뒷말만 무성해진 2025년 '서재의 달인' 선정 행사인 듯하다. 물론 나귀님이 보기에는 이렇게 찝찝하고 어설픈 사은품 배송 역시 알라딘 사측의 지속적인 '알라딘 서재' 홀대의 연장인 듯하니, 이제 와서 딱히 이상하거나 억울하다고 여길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