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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님 나귀님 나귀님


외식사업가 백종원을 둘러싼 논란이 나날이 확산되는 모양새이다. 지난 설날 즈음에 자사의 햄 통조림 할인 판매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그 시작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이후 원산지 표기며 함량 미달 문제를 거쳐 프랜차이즈 관리와 각종 법령 위반 문제로까지 번지더니, 급기야 그간 치적이라 평가되던 재래시장 살리기며 축제 지원에 대해서까지 논란이 일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처럼 논란 대부분이 충분한 근거를 지닌 것은 사실이니 결국 백종원도 사죄의 뜻을 표한 모양이지만, 이후로도 논란의 기세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훨훨 불타오르는 모양이니 희한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정치 상황과 관련된 음모론도 제기되는 모양이지만, 이보다는 그간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한비자> "세난"(說難) 편에 나온 미자하(彌子瑕)의 고사다. 위(衛)나라 왕이 미자하라는 신하를 워낙 총애하다 보니 간혹 '선 넘는' 경우조차 너그럽게 봐주고 넘어갔다. 예를 들어 왕의 수레를 몰래 타고 어머니에게 다녀온 것이며,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건네준 것 등이 그러했는데, 하나같이 중형을 피할 수 없는 불경죄였다.


하지만 왕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그랬으니 얼마나 효자냐!'라거나, '나를 생각해서 먹어보라고 권했으니 얼마나 착하냐!'면서 좋게 해석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미자하도 늙어서 볼품없어지자, 그때 가서는 왕도 총애를 거둔 나머지 '저놈은 예전부터 내 수레를 몰래 타고 다니는가 하면, 제가 먹던 복숭아를 나에게 먹였던 놈'이라며 욕을 했다던가.


"세난"(說難)은 "설득의 어려움"이란 뜻이며, 한비자는 해당 편에서 군주를 상대하는 유세객이 취해야 할 태도를 조언한다. 군주의 마음을 움직여서 등용되는 것이 유세객의 목표이지만, 자칫 무리해서 군주의 심사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이니, 미자하의 일화 다음에 '용의 역린을 건드리지 말라'는 조언이 등장하는 것만 보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법하다.


백종원의 경우도 미자하와 마찬가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을 때에는 갖가지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대중의 사랑이 줄어들면서부터 줄줄이 부각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인기가 절정이었던 시절에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박사마냥 내놓았던 수많은 조언이 뒤늦게야 자승자박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비자가 말한 유세객의 실수를 반복한 것도 같다.


흥미로운 점은 한때 백종원과 함께 '한국의 3대 선생님'으로 꼽히던 오은영과 강형욱 역시 논란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세 명 모두 TV 출연을 통해 명성을 얻으며 여러 분야로 활동을 넓혔는데, 결국에 가서는 논란을 일으키고 대중의 반발을 사게 되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사람은 그 무능이 드러나는 지위까지 승진한다'던 피터의 법칙의 증명 사례 같기도 하다.


물론 권위에 맹종하는 대중의 속물근성도 비판할 만하다. 다만 오늘은 환호하고 내일은 비난하는 변덕의 가능성은 늘 있게 마련이고, 아무 근거 없이 매도당한 사람도 실제로 있으니, 대중의 과도한 추앙을 받는 경우라면 '선생' 스스로도 조심해야 맞지 않았을까. 이른바 '선생 노릇하기 좋아하지 말라'는 조언을 예수와 맹자 모두 내놓은 것도 이유가 있는 듯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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