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나귀님 나귀님 나귀님


국민연금 개편을 놓고 '더 내고 더 받기'라고 생색 내는 뉴스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요율이 높아져서 부담만 늘어날 뿐 나중에 받는 연금이야 반토막에 불과한 셈이니 한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홈플러스에 투자해서 9천억 원을 날리게 생겼다니, 국민연금 개편에 앞서 자금 운용 담당자부터 끌어내서 공개 처형부터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싶은데.


홈플러스는 그렇잖아도 갑작스러운 기업 회생 절차 돌입으로 몇 주째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끔 산책길에 옆동네 익스프레스에 가서 천 원짜리 콩나물을 사오는 게 전부인 나귀님이야 직접적인 상관까지는 없지만, 거래업체며 입점업체와 직원 등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소식을 들으니, 덩달아 걱정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귀님도 예전에는 홈플러스 대형 매장에 몇 번인가 찾아간 적이 있었다. 알라딘 중고매장 가운데 몇 군데가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마트에도 입점한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홈플러스와 하나로마트에만 있는 듯하다. 확인해 보니 서울에 강서홈플러스점, 경기에 의정부홈플러스점과 인천계산홈플러스점이 남아 있다.


뉴스에 따르면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입점업체 일부가 자체 결제기를 도입했다고도 한다. 알고 보니 입점업체에는 갑과 을 두 가지 종류가 있어서, 갑의 경우에는 애초부터 자체 결제기를 이용하고 홈플러스에는 월세만 지급하는 임대인인 반면, 을의 경우에는 홈플러스 결제기를 이용해서 매출금을 고스란히 넘겼다가 수수료를 빼고 돌려받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으니, 을의 경우에는 수익 정산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홈플러스 결제기 대신 자체 결제기를 사용하더라는 이야기이다. 당국이며 본사에서 입점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하지만, 이전의 여러 사례를 보아도 그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보니, 입점업체 쪽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그렇다면 홈플러스에 입점한 알라딘 중고매장은 갑/을 중 어느 쪽일까? 이 정도 기업 규모라면 충분히 자체 결제기를 이용할 법하니, 현지 진행 중인 사태에서도 크게 손해를 볼 일까지는 없을 듯하다. 물론 나귀님이야 언제부턴가 우주점 상품을 구매해도 기본 마일리지나 추가 마일리지 적립을 빼먹는 것이 괘씸했으니, 내친 김에 골탕 먹어도 쌤통이겠다 싶지만.


그런데 알라딘 중고매장 중에는 위치가 정말 요상한 곳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목동점은 큰길에서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뭔가 낡고 썰렁한 느낌의 쇼핑센터에 있고, 영등포점은 아예 공실 천지라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옛 의류 상가 건물의 지하 2층에 있어서, 처음 갔을 때에는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려다가 불이 다 꺼진 것을 보고 놀라서 다시 나오기도 했으니.


나귀님은 맨 먼저 생긴 종로점과 신촌점을 제일 많이 갔고, 나중에 지점이 더 늘어나면서부터는 가로수길점과 강남점(Yes24 중고매장 포함), 서울대입구역점과 신림점, 영등포점과 목동점(Yes24 중고매장 포함), 합정점과 신촌점(Yes24 중고매장 홍대점 포함), 종로점과 대학로점과 수유점처럼 가까운 곳을 연이어 방문하는 코스를 주말마다 한 번씩 돌곤 했었다.


경기도 매장 중에서는 전철로 가기 쉬운 부천점, 수원점(야구장 건너편 이마트에 있었던 지점은 이제 없어진 모양이다), 산본점을 여러 번 갔었고, 분당점과 일산점은 살짝 번거롭기는 하지만 시외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도 했었다. 더 멀리 있는 지방 매장 중에서는 대전시청역점엔가를 갔었는데, 어쩐지 '작고 소중한' 느낌의 대전 지하철이 상당히 신기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형태의 매장은 역시 일산점이다. 원래 나이트클럽이었던 곳을 개조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넓기는 하지만 서점을 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구조가 아니었던 것 같다. 겨울에 방문해서 그런지 유난히 추웠던 기억도 있고. 지하철 환승 통로 중간에 자리한 이수역점도 꽤나 특이한 구조인데, 일종의 무대 공간이었던 곳을 개조했던 듯하다.


건대점은 책장 사이 통로가 워낙 좁아서 맨 아래 있는 책을 꺼내기도 힘들었던 기억이 나고, 반대로 부천점은 상당히 넓은데다 복층이기도 해서 책 구경하느라 다리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앉아서 책 읽으라며 놓아둔 탁자에 딸린 의자는 유난히 무거워서 움직일 때마다 끌리는 소리가 요란했던 것이며, 남들 신경 쓰지 않고 줄곧 엎드려 자던 사람들도 생각난다. 


한 번은 어느 매장에서 자기가 찾는 책이 해당 위치에 없다며 계산대에 와서 항의한 여자 손님이 있었는데, 잠시 후에 다른 위치에서 찾아냈다며 '없어진 책을 내가 찾아냈으니 가격을 할인해 달라'고 따지기에 신박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마치 도서관을 이용하듯 커피와 노트북을 들고 들어와 탁자에만 앉아 있는 손님들도 있기에 참 대단하다 생각도 했고.


물론 세상에서 제일 쓸데 없는 것이 연예인 걱정이고, 나날이 확장일로인 알라딘 중고매장 걱정도 마찬가지일 법하니 공연한 말만 떠들어대는 나귀님일 뿐이다. 그나저나 현재 홈플러스의 토대 가운데 일부는 저 악명 높은 까르푸/홈에버라 했으니,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무려 30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잔혹사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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