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북펀드 광고 중에 "붉은 엄마" 운운하는 것이 있기에, 혹시 무슨 여성 공산주의자 이야기인가 궁금해 클릭해 보니, 빨갛긴 빨간데 빨갱이 이야기까지는 아닌 책이었다. 과민하지 않느냐고 핀잔을 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레드 엠마>, <레드 로자>, <레드 예니>라는 선례가 줄줄이 나와 있으니, 순진한 나귀님의 잘못이라고만 탓할 것도 아니다.
그중에서 <레드 엠마>는 아나키스트 에마 골드만의 자서전이고, <레드 로자>는 공산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의 전기 만화이며, <레드 예니>는 마르크스의 부인 예니 마르크스의 전기이다. 특히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경우에는 아동 전기까지 몇 종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알고 있는데, 다방면의 여성 위인을 부각시키다 보니 벌어진 '에바'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 위에 언급한 3인 중 하나인 에마 골드만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으로 지칭되었던 것으로 유명한데, 이건 노동운동가 마더 존스와 전염병유포자 장티푸스 메리에게도 붙었던 별칭이기도 했다. 장티푸스 메리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억울한 피해자'라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지만, 실제로는 단속망을 피해 다니며 피해자를 양산한 무지한 범죄자일 뿐이다.
얼핏 보면 비판처럼 들리지만, 그런 별칭을 내놓은 사람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히려 칭찬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히틀러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불렀고, 닉슨은 환각제 옹호자 티모시 리어리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불렀으며, 슈퍼맨은 배트맨을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하니까.
주말 사이에 뜬금없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까닭은 최근 한동훈이 이재명을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벌어진 갑론을박 뉴스 때문이다. 그걸 또 Most Dangerous Man in Korea라고 굳이 영어로 쓰니까, 정관사 The가 빠졌기 때문에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뜻이 되었다는 지적질이 민주당에서 나왔다고 하던가.
그런데 한국인 한정으로는 정관사 유무와 별개로 저 표현이 무슨 뜻인지 오해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것이며, 곧바로 나온 반박에서 주장된 것처럼 정관사를 생략하는 사례도 없지 않은 듯하니, 민주당의 지적질 역시 '에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더'를 종종 빼먹는 것이야 정식 명칭이 '더불어민주당', 약칭이 '더민주'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니까.
사실은 이런 식의 유치찬란한 치고받기야말로 오늘날 한국 정치의 저열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참으로 한가한 소리들을 하고 자빠진 것이 아닌가.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한동훈 때리기가 지난 대선의 윤석열처럼 민주당의 '도깨비 사과' 만들어주기 실책이 될 수도 있어 보이고.
그나저나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현직 대통령이 아닐까. 같은 맥락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일 터이고. 이재명과 한동훈 모두 다음번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을 터이니, 어쩐지 이 대목에서 밤마다 "골든글로브 3회 수상자"가 되는 꿈을 꾼다던 "골든글로브 2회 수상자" 짐 캐리의 발언도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