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일화를 남긴 과학자라 하면 지금은 아마 리처드 파인만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보다는 살짝 연상인 소련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 역시 신기한 일화를 많이 남긴 인물이다. 흔히 '가모브'(Gamow)로 표기하는 이름조차 미국식 '가모', 러시아식 '가모프', 우크라이나식 '하모우'가 모두 가능하다니, 벌써부터 범상치 않아 보인다.
그의 대표 업적은 빅뱅 이론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알파베타감마' 논문을 공저한 것인데, 충분히 진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저자명을 가지고 '아재 개그'를 의도한 까닭에 제자의 경력을 망치고 성과도 저평가되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김씨, 박씨, 이씨가 공저한 논문에 굳이 나씨를 집어넣어 '김나박이' 논문을 만든 격이다!)
가모브라면 '톰킨스 씨'라는 등장인물의 모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 과학 교양서의 저자로도 유명한데,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저서가 1980년대부터 전파과학사 등에서 꾸준히 간행되기도 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재미있는 일화는 <조지 가모브>라는 제목으로 간행된 자서전에 여럿 들어 있는데, 그중에는 교회 오폭을 가까스로 모면했던 아찔한 내용도 있다.
미국 망명 전에 가모브는 소련의 어느 포병학교에서 물리학 담당 교관으로 재직했는데, 하루는 사정이 있어 출근하지 못한 동료를 대신해서 포격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다. 소련 정부의 종교 불신 정책을 반영하듯 판지를 잘라서 교회 모양으로 만든 표적을 대포로 명중시키는 훈련이었는데, 여러 표적의 좌표를 정확히 계산해서 전달하는 것이 가모브의 역할이었다.
마침 표적 중에는 교회의 모습을 매우 세세하게 묘사한 것도 하나 있어서 가모브도 내심 신기하다고 여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진짜' 교회였다! 이 사실은 그가 계산한 좌표값에 따라 대포를 발사하기 직전에야 비로소 밝혀졌는데, 원래 여섯 개뿐이었던 표적의 좌표값이 일곱 개나 된다는 점을 마침 훈련에 참가한 다른 감독관이 수상쩍게 여긴 덕분이었다.
이 일화를 떠올리게 된 까닭은 당연히 어제 포천에서 있었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서 벌어진 전투기의 오폭 사건 때문이다. 사고 직후 나온 공군의 해명에 따르면 조종사가 표적의 좌표값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 원인이라 했을 뿐만 아니라,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마을의 피해 건물 가운데 한 채가 공교롭게도 교회(성당)라고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재래식 무기와 아날로그 장비로 하던 훈련에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갖가지 현대식 무기와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군대에서도 막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폭탄을 이용한 훈련이라서 위험한 일이니만큼 이중삼중의 안전 장치가 작동되어야 마땅했을 터인데, 어째서 하나도 먹혀들지 않았던 걸까.
보도에 따르면 세 차례에 걸쳐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지만 실제로는 준수되지 않았다니 어째서인지 궁금하다. 최근 비상 계엄 사태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듯이 군대 자체에 기강 해이가 만연한 까닭인지, 아니면 이미 여러 번 언론에 보도되었을 정도로 열악해졌다는 직업 군인 처우 같은 고질적이고도 개선이 불가능한 문제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돌이켜 보면 비상 계엄에서도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형식뿐인 국무회의도 문제지만, 하다못해 대통령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질 만큼의 용기와 상식을 가진 고위직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였고. 마침 우크라이나 전쟁 탓인지 핵 무장론이 슬슬 흘러나오던 상황에서 벌어진 오폭 사고야말로 우리의 한계와 무능을 재차삼차 부각시킨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