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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게르 이야기를 하려니 자연스레 해당 일화에 대한 가장 유명한 기록 가운데 하나인 몽테뉴의 <수상록> 가운데 한 편인 "절름발이에 관하여"를 뒤적이게 되었다. 그 제목에서 가리키는 내용은 또다시 아랫도리 사정이고, 심지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요즘 분위기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진위 구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몽테뉴는 허무맹랑한 속설이 퍼지는 것에 관해 고찰하다가, 어떤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와중에 '사실'의 유무보다는 '믿음'의 유무가 판단 기준으로 통용되는 세태를 꼬집는다. 즉 어떤 주장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그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인데, 사실 이런 세태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급부상한 탄핵 찬성 극우 세력의 사고방식이니, 자신들은 어떤 '사실'을 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부정 선거며 내란 혐의는 물론이고 헌법 재판 같은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해서까지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니, 조만간 데카르트처럼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까지도 회의하게 되지는 않을지.
특히 어떤 '사실'에 대한 '증언'의 혼란에 관해서라면 굳이 마르탱 게르나 몽테뉴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탄핵 재판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최근에는 비상 계엄 상황에서 주고받은 단어가 '의원'이냐 '인원'이냐를 두고 법정 안팎에서 여러 사람이 설전까지 벌이는 판이라니,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자괴감만 커진다.
현직 대통령으로 말하자면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직후 욕설을 섞어서 막말을 내놓았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 말했다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식이라면 조만간 '비상 계엄'도 '비싼데염'이란 혼잣말이 와전되었을 뿐이고, 사실 자기는 '대통령'이 아니라 '머통령'이라는 주장도 나올 만하겠다.
구체적인 맥락과 정황을 감안하면 둘 중 어느 쪽인지는 명백한데도 거짓말을 일삼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지만, 비상 계엄과 내란 혐의는 단순히 모음 하나 차이로 뒤집을 수 없는 수준 아닌가.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단계는 지나갔으니 마지막 발버둥인 셈인데, 입을 열수록 부조리함만 더해간다.
'의원'인지 '인원'인지 어/아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면, 차라리 다음 대통령인지 머통령인지는 차라리 발음이 정확한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요즘 유행으로 봐서는 기껏 대통령 뽑아 놓았더니 프리랜서 선언하고 하차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테니 살짝 불안하지만, 그래도 기상캐스터 출신 정치인보다야 백 배 나을 수 있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