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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님 나귀님 나귀님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내란 재판 모두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이 부정 선거이다 보니, 어쩐지 예전에 부정선거의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은 책을 간행했던 출판사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심지어 그 이름도 '프로파간다'이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영 수상쩍어 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책은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인데,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각종 부정 선거의 기법과 사례와 인물을 도해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물편에서는 이승만, 이기붕, 김기춘, 권영해, 권은희, 원세훈 등과 함께 윤석열에 대한 항목이 두 페이지에 걸쳐 나와 있기도 하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역임한 검사. 2013년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적용을 두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162쪽) 그랬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원세훈을 사면했으니 아이러니하다.


과거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 정당 소속 이명박 정권의 부정 선거를 조사하며 이름을 알린 검사였는데, 나중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통령이 되어서 부정 선거 의혹을 들먹이고 앉아 있으니 희한한 노릇이다. 이쯤 되면 한국 역사상 부정 선거와 가장 연관이 많은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은 현재 절판이다. 탄핵 정국에서 부정 선거 논란이 주목 받고 있음을 감안하다면 출판사의 성급한 결정이 영 아쉽기만 하다. 어쩌면 출판사에서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감안하여 윤석열 항목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과 함께 증보판을 준비할지도 모르겠다만.


또 한편으로는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이 "민주주의 선거 제도에 대한 교육 자료"(10쪽)가 되기를 바란다는 출판사의 애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서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현실적인 우려도 해 보게 된다.


현직 대통령의 연령을 감안해 보면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보다는 책이 더 편하게 느껴질 법한 사람이고, 어차피 부정 선거에 관한 단행본이라면 프로파간다의 책이 유일하니, 나귀님의 입장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이나 관저의 책장에 이 책이 버젓이 꽂혀 있다고 해도 굳이 놀라진 않을 법하다.


어쩌면 책장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비밀기지 만들기>도 꽂혀 있을 법하다. 차벽을 세우고 직원을 동원해 관저를 요새화한 상태에서 안 나오고 버티던 모습이 너무나도 초딩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쯤 되면 현직 대통령과 밀착된 프로파간다 출판사 자체도 좀 이상한 곳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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