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혼란스러운...
greenish_blue 2010/07/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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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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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 - 2010-05-17
: 17,404
엄마의 모성과 자식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신경숙 작가가 이번에는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엄마'라는 주제가 '청춘'보다는 아무래도 더 본능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주제라 그런지 [어.나.벨]에서는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솟구쳤던 눈물샘이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그런데... 눈물샘은 잠잠했는데, 마음의 동요는 너무나 컸다. [엄마를 부탁해]가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면, [어.나.벨]은 내 마음과 기억, 머리를 모두 뒤흔들어 놓았다. 그토록 누군가를 찾아 헤맸던 내 청춘의 시간들,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아 살아 있는 느낌이라는 것을 얻어 보려고 갖은 짓을 다했던 시간들..... 단이나 윤, 미루나 명서처럼 그때 내 주변에 있었을 사람들,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책을 읽는 동안 갑자기 하나하나 생생히 되살아났다. 내게도 나를 업고 강을 건너던 크리스토프가 있었고,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라는 말을 낙숫물이 아닌, 화살 하나하나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쏘아댔던 날이 있었다. 그래도 그것들은 그전까지, 어디까지나 내겐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다. 그 기억에 가슴이 뒤흔들릴 일도 이젠 없고, 그때의 느낌이 마음을 자극할 일도 이제 내 삶엔 없을 거라고 막연히 여겨 왔다. 난 이제 청춘이 아니니까. 그것도 한참 아니니까.
그런데 부활한 거다. 그때의 그 느낌들이. 화석처럼 바싹 말라 있던 내 예전의 시간들이 왜 갑자기 생생한 활동사진으로 바뀌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어.나.벨]의 독서 시간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눈으로 읽고 있는 글자들의 의미, 그리고 그것들과 오버랩되는 내 과거의 어느 한때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뒤엉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어.나.벨] 이 책을 두 번 정도 더 읽어야만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겁나기는 한다. 한 번 읽었을 때는 그저 혼란스러운 것이었지만, 두 번째 읽으면 어쩐지 마음이 아파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만일 그때쯤, 누군가가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고 말해온다면 진짜 엄청나게 감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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