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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기픈샘
 

연애에 관련된 소설이라고 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부터 최근의 ‘불안’까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리고 그의 책에는 리뷰도 겁나게 많이 달리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의 책이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소설 쪽으로는 고개가 기울어지지 않고 게다가 천재적인 작가라는 사람들의 책은 꼭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야 읽어보곤 하는 내가 갑자기 읽고싶어져 버린 책.

참 내.

결혼도 했고 도대체 연애를 했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내가 연애 소설은 읽어 뭘 해.

그러면서도 소설 속의 앨리스를 보며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는 뭘까.

 

‘앨리스는 사랑을 이런 실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싫었다...........그녀는 시인들과 영화인들이 미학의 마법 공간에서 아릅답게 그려낸 영혼의 결합 같은 관계가 아니면 타협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맞아, 그랬던 적도 있어. 사랑은 현실적인 무엇인가를 다 초월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적.

첫 만남에서부터 상대방을 압도하는 레이저 광선같은 것이 눈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는 눈 돌릴 수 조차 없는 그런 사랑.

앨리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신도 철이 덜 들었군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24살 때의 나와 너무 똑같기 때문이야.


‘사람을 사랑하는 연인은 단순히 X가 멋지다고 여기지 않고, ’X'처럼 멋진 사람을 찾아냈다니 대단하지 않아?‘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앨리스가 에릭에게 연어 카르파초가 맛있다. 레스토랑이 근사하다고 감탄했기 때문에. 그녀의 쾌감은 음식과 분위기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욕망의 두 가지 형식 - 자율 판단) 하지만 첫 코스를 먹는 그녀를 지켜보면, 명백히 그녀는 그 주에만 영화 ․ 패션 ․ 음악계의 유명 인사들이 수십 명이 다녀갔으며 장안이 떠들썩하게 인구에 회자되는 레스토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음식을 먹고 있다는 생각(욕망의 두 가지 형식 - 모방 심리)에 열광한 것이었다...앨리스는 두 가지 형식 중 언제나 후자 쪽을 따르는 편이었다. 자율적인 욕망보다는 모방을 선호했다. 갖고 싶은 옷, 구두, 레스토랑, 애인에 대한 취향이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인상에 맞춰지곤 했다.’


세상에, 사랑에 빠진 - 아니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 빠져버린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어떻게 이리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앨리스. 그에 비해 자신만만하고 이성적이고 완벽한 에릭.

그런데 이들을 설명하는 작가의 입장은 소설의 중반에 이르러 점점 변화한다. 사랑도, 삶도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계획의 한 요소라고만 생각하는 그 자신만만한 남자 에릭은 그 균형이 파괴되는 것을 못 견뎌하며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용납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로, 그런 반면 자기애가 부족하고 최소한도 자기 중심적이지 못했던 앨리스는 서서히 스스로도 존재감있게 빛나는 영혼을 가진 독립적인 여성으로.

앨리스가 사랑의 과정을 통해 이 세상 어느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자존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보며 단순히 장편 할리퀸 로맨스일거야 했던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하나의 철학 소설로 보아도 좋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앨리스와 다를 바 없던 생각을 하던 나는....(이미 한참전에 지나가버렸지만) 그 ‘연애’라는 과정을 통해 어떤 존재로 변화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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