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책의 제목은 체념에 가까운 혼잣말처럼 보였다. 이미 버거운 삶에 '내 기분까지 내 책임이라니' 괜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것은 점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책에는 사회와 타인의 반응에 상처 입고 흔들렸던 저자가 일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여전히 어렵지만 ‘감정의 운전대를 남에게 쥐여주지 않으려’는 삶의 수행이 인상 깊었다.
지난여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입원을 했고 일상으로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마음마저 무너지면서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매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더위만큼 버거운 하루 속에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했다. 무너지는 나와 살아내려는 내가 버티는 시간 속에 나를 괴롭히는 목소리를 발견했고, 그것이 내가 만든 ‘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은 유년에 풀지 못한 물음표의 답을 평생 찾아 헤매는지도 모르겠다.
- 나는 나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
- 내 기준은 옳은 것인가.
- 나로 있어도 괜찮은가.
결핍을 메꾸기 위해 시작한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고, 직업이 되고, 타인의 결핍을 알아보고 채워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잡았던 요가와 간호학이 그의 일부가 되고 누군가와 연결되는 다리가 되었던 것처럼. 오래도록 풀지 못한 물음표의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에 답을 얻는 것이 아닌 조금씩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삶인지도.
알 길 없는 빈칸에 어떤 이야기를 써넣느냐에 따라 내가 경험하는 세상의 온도가 달라진다. 같은 일을 두고도 마음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요가는 내게 자꾸만 보여주었다. -p.85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상처와 원망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힘들었지만 그로 인해 만나게 된 지금이 있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내가 있고 감사하게 된 것들도 있다.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단했던 나를 다독이며 깊어진 삶의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고 싶다. 지난 여름의 나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면, 지금의 나는 흔들릴 때 어디로 돌아갈지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기록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책을 읽으며 되살아났다.
저자는 자신에게 요가와 간호학이 돌아갈 곳이 되어준 것처럼 그러한 것들을 꼭 만들라고 당부한다. 나에게도 요가와 공부가 그러하듯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행하는 나의 하루, 내가 선택하고 채워가는 삶에 행복과 기쁨이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이 글이 ‘5초짜리 찰나’임을 고백하며 여전히 자신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삶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을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아닐지. 여전히 '통쾌한 인과응보'는 없겠지만, 알아차리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삶. 고된 여름을 견딘 뒤에 맞은 가을은 눈부시게 귀하고 아깝다. 그러니 좀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내게 필요한 시간을 허락하며 살아가야지. 언제든 돌아가 울 수 있는 안전지대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기꺼이 내 기분까지 내 책임으로 삼을 수 있는 용기를 품고 새로운 달을 기쁘게 맞는다.
우리 인생을 '문제풀이 연습장'쯤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틀리면 다시 풀면 그만이고, 너무 어려우면 다음 것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고군분투했던 흔적이 지저분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 과정과 흔적이 온전한 내것을 만든다.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