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나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어디인지.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자책하며 더 노력해야 한다 다그쳤던 시간은 내게 어떤 영향이 되었는지. 나의 관점도 시선도 없이 지금에 이끌려 온 나를 만났다. 저자의 시간에서 길어 올린 '일'의 의미는 직장 생활에 좀 더 초점을 둔 듯하다. 하지만 40대에 들어서 이전과 다른 시간을 느끼는 나는 글 앞에서 우리의 일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고 공감하며 배울 수 있었다. 주부로 사는 일상과 나의 꿈, 새로운 일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며 내 생각과 노력들을 스스로 인정해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일을 붙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나아지기 위해 어제의 자신을 부정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겉에선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기만의 관점, 시선이 생기는 겁니다. 이건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선물이에요. 그렇게 얻은 시선과 관점은 오래도록 자신의 일을 잘하게 하는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당장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에도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p.56
지치도록 노력하면서도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남들은 유연하게 수월하게 사는데 유난한 것 아닌가 스스로를 비난했다. 잘하고 싶어 애쓰면서도 아등바등하는 나를 내가 몰아세웠다. 열심히 해도 여전히 서툰 내게 넌 해도 안 된다는 말을 쉽게 했다. 그러다 몸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 내게 애쓴 만큼 좋은 결말로 닿을 거라고 말하는 책 속 문장들은 나의 노력과 고민이 결코 필요없는 과정이 아니었음을 알게 했다. 모자라서가 아니라 더하기 위한 애씀임을 누군가 알아봐준 듯 마음이 벅찼다. 치열하게 살아오며 입게 된 갑옷과도 같은 자기검열과 겸손의 습관들. 이제 와 모든 것을 벗어 버릴 수는 없지만 그 갑옷이 나를 옥죄어 억누르지 않도록 경계하고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30여년 간 일과 삶 속에서 맺은 저자의 생각과 태도를 만나며 더욱 확신이 드는 건 삶의 태도도 시선도 공부하고 고민해야 갖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알아야 더 많은 것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 나를 성장시키는 태도를 알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다. 나를 모르는 주변의 판단과 이야기들,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나만의 방법과 기준을 찾고 어떤 언어와 태도가 나에게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 가장 잔인하고 엄격한 나의 목소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 당신이 가진 걸 세상이 원하게 하라.’
나는 천진난만하게 살고 싶다. 꾸밈도 거짓도 없이 깨끗하고 순수하게. 마흔에 이런 삶을 꿈꾼다. 이전에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냥 한다'는 대가들의 말처럼, 무언가를 꾸준히 해온 자들의 여유가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나의 가치를 만드는 일이며 내 소중한 시간의 일부이고 내 삶이 된다. 어떻게 여기고 바라보며 나아가느냐에 따라 나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묵묵하게 내가 세운 내 삶의 의미를 실현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나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채워가고 싶다. 세상은 나를 원하지 않으리라는 의심을 접어두고 나의 본질과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며 오늘의 이 자리를 살아가야겠다. '세상의 의미 있는 일들은 대개 우직하다 못해 미련한 사람들이 해'낸다는 것을 믿는다. 애써 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가장 단단하고 멋진 삶의 태도다.
주체적으로 산다는 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가는 대로 말하는 대로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나는 뭘 하고 싶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왜 하필 그걸 원하는지 자꾸 스스로 묻고 알아차려서 그걸 중심에 두는 삶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저 세상의 흐름을 좇기 전에 자신의 뜻을 물으세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그 뜻에 따라 인생을 운영하는 겁니다. -p.214
살아가는 일도 경영이고 일이라면,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누구를 고용하고 어떤 이를 해고시킬 것인가. 내 삶의 경영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어떠한 리더로 남을 것인가……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봄밤, 어쩐지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는 마흔의 내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