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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채우다
  • 아홉 살 독서 수업
  • 한미화
  • 12,600원 (10%700)
  • 2019-07-30
  • : 3,479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책이 재미있다는 긍정적 경험이다.” -p.70

 
   1학년인 작은 아이에게 엄마가 재밌는 책을 빌려오겠다고 하니 무슨 책이냐고 묻는다.
   만.화.책
   엥?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목록의 오싹오싹 시리즈와 <알데포>, <스마일> 책을 몽땅 빌려왔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인다. 5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이 쇼파에 앉아 만화책 보는 풍경을 이토록 여유있게 바라봐준 때가 있었을까. 
  늘 저래도 되나 싶은 걱정, 노파심, 맨날 만화책만 읽나 싶은 아쉬움. 
  아들은 오싹오싹 만화를 보다 이건 어른들이 읽어야겠네요, 하고 의견을 낸다.
  왜?
  아이들 마음을 알 수 있으니까요.
  큰 아이와 만화책을 넘기다 숨겨진 비밀을 찾으면 서로 알려주던 시간.
  작은 아이도 엄마 책 너무 재밌다아~ 한다.
  벌써 몇 번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7세,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동화책을 함께 읽는 수업을 하고 있다. 내가 책에서 느낀 긍정적 힘을 나누고 싶어 시작했지만 쉽지가 않다. 내 아이도 즐겁게 읽히지 못하는 책을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재밌게 볼까, 늘 허무한 느낌도 있었다. 
  지금 세대의 엄마들은 앞 세대를 통틀어 가장 학력이 높고 똑똑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보다 더 불행하고 자신에 대한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똑똑해진 엄마가 학습 매니저가 된 현실. 
  기다려주지 못하고 재촉하기만 한다. 
  가장 하고 싶은 건 핸드폰 게임을 실컷 하는 일. 핸드폰을 못하게 하는 엄마는 악마같고 일주일 동안 잘지냈는지 물어보면 잔소리로 힘들었다는 아이들 말에 속이 쓰리다.
  너무나 안타깝다.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에서 김은하는 글을 읽는 동시에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초등학교 6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중학생이 될 무렵에야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제대로 정착된다는 뜻이다. -p.56

  큰아이는 갓난아기일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줬다. 그러나 둘째를 낳고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혼자 읽도록 시켰다. 아이는 좀처럼 책을 들지 않았다. 늘 책 좀 읽어라, 씨름하던 나도 결국 포기상태가 되고 말았다. 글자를 알면 당연히 독서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잘 이해도 되지 않는 책을 좋은 책이라 권하는 엄마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좀더 일찍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싶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아이가 사고 싶어하는 책은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그 또래 아이들의 취향이 다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서점에서 아이가 책을 고르고 살 기회를 주어야 한다. -p.64

  아이들은 정말 책을 싫어할까? 책이 재미없을까?
  얼마 전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오도록 했다. 아이들은 책을 들고 오면서 엄청 신나있었다. 너 이거 좋아해? 이거 정말 재밌는거야. 나 좀 봐도 돼? 아니, 내 책이야! 자신의 책을 소중히 여기고 보고 싶어하는 친구를 보며 뿌듯해하는 표정이라니. 이 아이들은 이미 책을 좋아하고 있거나 책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좀더 나은 책을 권하고 검사하듯 책 줄거리를 물으며 독후감을 쓰라 다그치니 아이들에겐 책도 고단한 학습의 일부일 뿐이다. 놀이터와 도서관, 물놀이터, 문화 공간 등등 지역마다 좋은 시설이 넘쳐나고 집에도 부모님이 맘 써 사놓은 전집이 빼곡하다. 그러나 정작 그 모든 것의 주인이어야 할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가야하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의욕은 점점 희미해진다.

  어린이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 아이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일이었다. 경이롭게도 어린이책 속의 아이들을 진정으로 만나자 현실의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202

  지쳐있던 어느 날 내게 찾아 온 한 권의 동화책.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펼쳐 읽어주는 동화구연 선생님 목소리에 울컥하던 순간. 따뜻한 목소리와 알 수 없는 위로가 내게 닿아 나를 다독이는 느낌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다시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큰 아이가 초3이었다. 다 컸다고 생각한 아이가 곁으로 와 좋아하는 모습에 나 또한 아이와 연결된 느낌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원하는 때까지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마음. 함께 읽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결심. 그 마음을 다른 아이에게도 전하고 싶은 욕심으로 나는 동화책을 펼친다.  
   
  오로지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확인된 것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유대감과 자연과 생명을 접하며 느낀 풍부한 감성과 경험뿐이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에 연연하기보다는 지금 아이가 보고 있는 것, 관심 있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다. -p.153

  <아홉살 독서수업>을 통해 나는 좀 여유로워졌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할까, 엄마인 내가 좋은 책을 선별하고 읽도록 챙겨야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도 내려놓고 아이와 어떻게 함께 걸을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학습만화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충분히 읽고 즐길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로 했다. 재촉하던 것들을 내려놓고 여유를 찾아주고 싶었다. 아이에게도 심심할 권리가 분명 있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직 독서가 서툰 아이들에겐 길을 잡아 줄 인도자가 필요하다. 아이가 불안하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엄마라면, 잔소리가 아닌 칭찬과 격려를 장착한 엄마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아이에겐 책을 읽는 시간보다 엄마와 함께 읽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독서와 관련된 책이지만 읽다보면 부모와 내 아이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나게 한다. 아이의 속도를 이해하고 마음을 읽어주며 기다려주는 일. 이 책은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함께 읽는 엄마가 되고자 하지만 방법을 몰라 망설일 때 혹은 아이보다 앞질러 나가고자 할 때, 이 책은 좋은 나침판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하던 어느 날, 아이와 펼친 한 권의 동화책이 엄마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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