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시간이 쌓인 대자연 앞에 서면 나의 존재는 늘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런 순간들이 나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거대하게 느껴졌던 고민도 결국 아주 작은 점 하나일 뿐이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도 결국 찰나일 뿐이라고 자연은 말없이 나를 토닥여준다.
- 본문 중
제주의 풍경을 종이 위에 따뜻하게 담아내는 안솔 작가님(@sol_ahn_)의 그림을 인스타그램에서 보아왔었는데 『날마다 제주』 다이어리북 출간소식을 듣고 구매하게 되었다. 기대만큼,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본 방식으로 활짝 펼쳐지고, 처음 펼쳤을 때 뽀드득뽀드득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너무 좋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 없었어ㅎ
구성은 작가님의 제주 그림과 이야기들,
그리고 열두 달 monthly와 weekly, bucket list, wish list로 되어 있다.
글과 그림을 보다보면 바쁘던 호흡은 느려지고 마음이 다정해진다.
가만히 이곳에 적을 이야기들을 생각하게 된다.
메모 부분은 예판으로 받은 스케줄러에 있다. 함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론 따로도 충분히 예쁘다^^ 달력에 숫자가 없어 꼼꼼히 다이어리를 쓰는 편이 아닌 나에겐 여유가 된다. 내 속도로 적어나갈 수 있으니까. 한 해 뿐 아니라 몇 해가 담길지 알 수 없는. 일기장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따뜻한 풍경 그림과 문장들 곁엔 제주의 햇살들이 뭍어난다.
당분간은 눈이 호강하는 시간으로 보내겠지만,
그 곁에 내가 적어갈 새날들이 벌써부터 설렌다.
나에게 준 작은 선물 하나로,
같은 이름의 계절은 저마다 특별해진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적은 이야기가 남은 이 책은 또 어떤 모습일까.
온세상이 얼어붙던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면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산방산 유채꽃, 안솔 글